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가까운 법조계 인사가 2009년 검찰 수사 당시 박 전 회장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이 이를 덮으며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고 압박했다고 밝혔다.
2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법조계 인사 A씨는 “박 전 회장이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를 받을 때 측근들에게 ‘반기문까지 덮어버리고 나에게만 압박수사를 한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며 “박 전 회장이 이 사실을 공개하려 했지만 ‘기획수사’ 의혹 언론보도가 나면서 검찰이 외부에 흘리지 말라고 압박해 알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검 중수부의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는 당시 이명박 정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해 한 수사라는 의혹을 받았다. 태광실업의 법인세 납부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서울지방국세청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였고, 이를 계기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A씨는 “어떤 형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검찰이 반기문 총장 관련 수사는 덮었다고 들었다”며 “노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수사에서 검찰이 반 총장까지 공격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의 증언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검찰의 이런 수사 태도에 화를 내면서 이 사실을 주변 지인들에게 토로했다고 한다.
A씨는 “2009년 4월 초 검찰의 기획수사 의혹이 제기되고 수사 내용이 수차례 보도되자 당시 대검 중수부 측에서 박 전 회장에게 수사 관련 내용을 말하지 말라고 압박했다”고 말했다.
2007년 취임해 임기 3년차를 맞이하는 반 총장이 뇌물수수 논란에 얽히면 국가적 차원에서 불명예가 될 것이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어 A씨는 최근 박 전 회장 측이 관련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데 대해 “박 전 회장 자신도 뇌물공여죄가 적용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2009년 수사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다”고 답했다.
한편 박 전 회장은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모처에서 칩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세영인턴기자 sylee23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