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의 경영승계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구속했다. 특검 첫 신병확보 대상이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 등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검팀은 31일 오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문 전 장관을 구속했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나서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특검은 지난 29일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당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로 하여금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토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로 문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아울러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도 있다. 법원은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 측에 합병 찬성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의 청문회 진술이 위증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두 회사 합병 당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국민연금이 손해를 무릅쓰고 정해진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찬성표를 던진 배경을 집중적으로 파헤쳐 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로부터 삼성의 ‘합병 민원’을 전달받고, 청와대 인사를 통해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지시하는 대가로 최씨 측을 지원하도록 한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국민연금을 관리·감독하는 복지부 국장급 간부들, 찬성 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등의 진술이 나온 데 이어 문 전 장관도 특검 조사에서 “찬성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장관 구속을 계기로 국민연금의 두 회사 합병 찬성과 삼성의 ‘비선 실세’ 최씨 ‘특혜 지원 의혹’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작업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검은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 측에 합병 찬성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측과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문 전 장관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박 대통령 뜻에 따라 찬성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당시 복지부 실·국장급 간부 인사들이 특검 조사에서 ‘문 전 장관이 합병 찬성 결정을 끌어내는 데 소극적인 간부에게 퇴진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특검은 문 전 장관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을 집중 추궁할 전망이다.
한편 2013년 12월 복지부 장관에 임명된 문 전 장관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초기 부실 대응의 책임을 지고 지난해 8월 물러났다가 약 4개월 만에 국민연금 이사장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