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가 새해 들어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구속하는 등 그동안 국민연금·보건복지부 수사에 주력한 만큼 삼성이 다음 순서라는 분석이다. 삼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윗선 입김이 작용했다는 ‘외압설’의 한 축에 자리하고 있어서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하고,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35억원을 지원하는 등 각종 투자를 아끼지 않은 배경에는 대가성 기대가 있었을 것이란 의심이다.
특검은 문 이사장을 지난달 3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한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1일 문 이사장을 재소환해 조사하며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문 이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 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문 이사장은 특검이 지난달 21일 현판식을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한 뒤 나온 ‘1호 구속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이 삼성을 다음 표적으로 삼고 수사 고삐를 당길 것이란 관측이다. 특검은 이번 주 삼성그룹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임원 등을 집중적으로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이 대상자로 거론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집무실과 자택·삼성그룹 미래전략실·삼성물산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특검이 그동안 국민연금·보건복지부 등에 대한 강제 수사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문 이사장→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이어지는 외압 흐름을 밝히는 데 주력한 만큼 다음 수순은 삼성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최씨 일가에 대한 각종 특혜 지원에 대한 특검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은 31일 정씨에 학점 특혜를 준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를 긴급체포한 데 이어 이날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또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최씨 회사인 ‘더블루케이’를 지원하라는 취지로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와 관련해서도 리스트 관리 등을 총괄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송수근(56)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도 조만간 특검에 소환될 전망이다. /안현덕·진동영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