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을 동원하고 이의 대가로 삼성그룹이 최순실씨 일가를 지원했다는 ‘제3자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완전히 엮은 것이며 누구를 봐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다”며 공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 회장이 (지난해 7월25일) 박 대통령과 독대 직후 최순실씨 지원 회의를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박 대통령은 또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서도 “관저에서 정상적으로 보고를 받았다”며 “미용시술 의혹은 전혀 아니다. 상식적으로도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에서 연락이 오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후1시30분부터 40분가량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신년인사를 겸한 티타임을 열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전면 반박했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뒤 23일 만에 언론을 향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에 자신이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여기(삼성)를 도와주라고 한 적은 없다”며 “합병이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아 무산된다면 국가적으로 큰 손해라는 생각으로 국민들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저도 국민연금이 잘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국가의 올바른 정책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서도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일인데 사실이 아닌 얘기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며 세월호 참사 당일 미용시술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미용시술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어느 나라에서 대통령이 어느 병을 앓고 어떻게 치료했는지 리스트로 만드느냐”고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야권은 직무 정지된 대통령이 특검에서 수사 중인 의혹을 해명한 것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탄핵으로 직무정지 중인 대통령이 기자들을 만나 신년인사회를 갖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며 “탄핵으로 인한 직무정지가 무슨 뜻인지 모르거나, 탄핵을 한 국회와 국민을 기만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맹비난했다.
/류호·박형윤기자 r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