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건강’ ‘올해는 대박’ ‘바로 선 나라’
정유년(丁酉年) 첫날인 1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시내 해맞이 명소로 손꼽히는 마포구 하늘공원에는 동이 트기도 전에 ‘첫해’를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담요와 핫팩으로 중무장한 사람들은 이미 일출 명당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한쪽에는 밝게 빛나는 청사초롱 아래 수많은 ‘소망 쪽지’들이 줄줄이 내걸렸다.
아들과 함께 온 구자일(44)씨는 “무엇보다 가장 큰 올해 소망은 아들이 별 탈 없이 잘 자라는 것”이라며 아들의 옷깃을 여미며 말했다.
동이 터오기 시작한 오전 7시 10분 무렵이 되자 공원은 사람들로 가득 차 발 딛기조차 쉽지 않았다. 새해를 기원하는 사물놀이가 펼쳐지면서 일출을 기다리는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하지만 이날 서울 하늘을 가린 구름은 붉게 떠오르는 해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오전 8시께 되어서야 구름 사이로 해가 드문드문 보이자 사람들은 실망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예비 고등학교 1학년생 장인원(16)씨는 “친구들과 함께 올해 첫해를 보려고 왔는데 날이 흐려 실망했다”며 “일출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올해에도 부모님이 건강하고 나도 고등학교에 잘 적응했으면 좋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정유년 첫 일출은 비록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한 해에 대한 기대감은 여느 해 보다 간절했다. 손자·손녀 등 일가족 16명과 함께 온 박기상(64)씨는 “지난해 이런저런 일이 많았는데 정유년에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며 역시 건강을 가장 큰 소망으로 꼽았다. 특히 ‘김영란법’과 ‘최순실 국정농단’ 에 이어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잇따르며 최악에 다다른 경기가 올해에는 제발 풀리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도 많았다. 자영업자 장모(48)씨는 “지난해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열심히 하며 버텼지만 여러 악재가 겹치며 무척 힘들었다”며 “올해에는 제발 경제가 잘 풀려 사업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소망을 말했다.
건강과 사업 번창뿐 아니라 올해는 예년과 달리 상당수 시민이 ‘정국 안정’을 소망으로 뽑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가정주부 김미자(43)씨는 “국민들은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열심히 사는 데 대통령 등 정치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부디 올해는 어지러운 정치문제가 제대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수능을 치른 이슬기(19)씨는 “사람들이 ‘병신년이 가고 정유연(정유년)이 온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는데 마음 편히 웃지만은 못하겠다”며 “올해는 돈 있고 권력이 있다고 잘 사는 나라가 아닌 정말 정직하고 깨끗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