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연구에서 안정적인 지원이 가장 중요합니다. 연구를 지원하면서 노벨상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내가 노벨상을 탄 것도 99%는 ‘운’인걸요.”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코스털리츠(74) 미국 브라운대 교수는 4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에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고등과학원 석학교수이기도 한 코스털리츠 교수는 이날 최 장관에게 기초과학 발전 방안에 대한 자신의 조언을 전달했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지난 1970년대 초 2차원 물질의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과 점성이 0이 되는 초유체 현상을 설명한 공로로 데이비드 사울레스 워싱턴대 교수, 덩컨 홀데인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지난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3명 모두 영국 출신인데 전부 미국으로 건너가 연구를 했다”며 “이는 1970년대 영국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감축해 과학자들을 미국으로 내몰았기 때문인데, 결국 노벨상 수상자 3명을 미국에 뺏긴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계속한다는 것이 연구의 의미”라며 “연구를 지원하며 어떤 목적이나 노벨상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기초과학자가 재미를 느끼며 연구를 진행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며 “연구자들이 규칙적인 펀딩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하고 이들에게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젊은 고등과학원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도 마련됐다. 박진형 수학부 연구원은 “도전적인 연구를 한 사람은 학계를 떠나고 논문 편 수를 맞춘 사람들이 남는 것을 보며 ‘한 가지 길밖에 없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젊은 학자가 자신만의 주제를 가지고 도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성재 물리학부 교수는 “행정적·재정적으로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면 젊은 연구자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밝혔고 이재성 양자우주연구센터(QUC) 연구교수는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논의를 통해 새롭고 날카로운 아이디어가 생기며 가치 있는 이론이 나온다”며 “이런 연구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병권기자 newroom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