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3시께 서울 송파구에 자리한 롯데월드타워 107층 멤버스 레스토랑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주변에 있던 몇몇은 얼굴과 손등에 심한 화상을 입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불은 점점 상층부로 확대돼 자칫하면 대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화재 발생 지점이 롯데월드타워 지하에 자리한 타워종합방재실에 인지되자마자 107층으로부터 위로 4개 층에 경보와 함께 비상방송이 흘러나왔다. 발화 지점 바로 위층인 108층에 있던 시민들은 각 층에 배치된 현장 구조대원들의 지시를 받아 계단을 통해 102층 ‘피난안전구역’으로 일사불란하게 이동했다.
22·40·60·83·102층에 마련된 피난안전구역은 대형 화재 등 긴급상황 발생 시 벙커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바람이 뿜어져 나와 연기와 화염을 차단하는 가압 제연설비가 갖춰져 있어 초고층 건물 상층부에 있던 시민들이 지상으로 안전히 대피하기까지 임시로 몸을 피하는 곳이다. 손으로 입을 막고 이곳으로 대피한 이들은 곧 피난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 1층으로 이동했다. 일반적인 건축물은 화재 시 승강기를 이용한 대피는 허용되지 않지만 초고층 건축물의 경우 피난용 엘리베이터를 주요 대피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61대의 승강기 중 19대가 ‘구명보트’ 개념의 피난용 엘리베이터로 전환돼 곧바로 지상 1층으로 시민을 실어 날랐다.
이날 화재는 올해 상반기 개장을 앞둔 국내 최고층 마천루 롯데월드타워의 대규모 소방훈련의 일환이었다. 건물 상층부(85∼123층) 중 임의로 107층 한 층을 발화점으로 선정, 화재가 발생했다는 가정 아래 여러 재난상황 대비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국내 최고층 롯데월드타워만 유일하게 보유한 ‘피난안전구역’은 주요 점검 사항 중 하나였다.
외부 전문가로 본 훈련을 참관한 손봉세 가천대학교 설비·소방학과 교수는 “사람이 피난안전구역에 몰리다 보면 인체 열로 인해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현상도 빚어질 수 있다”며 “일반적인 공조 시스템에서 나아가 피난안전구역에 사람이 몇 명 몰리면 어느 정도 발열량을 갖는지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조사해서 쾌적한 대피 공간을 위한 시설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훈련에는 시민 2,891명, 서울시 주택건축국 등 23개 기관이 참가했다. 긴급환자 호송용 헬기 2대와 차량 56대, 자위소방대, 송파구 자체 소방대 등 실제와 같은 인력이 투입, 지난해 7월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서 제작한 ‘초고층 건축물 대응 매뉴얼’에 따라 움직였다.
108층에 있다가 대피한 직장인 진태인(29)씨는 “108층에서 계단으로 피난안전구역인 102층으로 이동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가는 데까지 2분여 시간이 걸렸다”며 “직접 훈련에 참가해보니 초고층 건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는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층 롯데월드타워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공식적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롯데물산 등 3개사는 123층 타워를 포함한 제2롯데월드 전체 단지(연면적 80만5,872㎡)에 대한 사용승인 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