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각을 부자들로 채우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각료급 지명자 중에는 5명의 억만장자와 6명의 백만장자(multimillionaire)가 포함돼 있다. 이는 사적으로 막대한 경제력을 갖는 이들이 국가를 직접 지배하는 소위 ‘과두제’다.
부자들의 과두 정부에 대한 초기 반응에는 부유한 사람이 일자리 창출에 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한다. 그들 스스로 부유해졌듯이 국민들도 똑같이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차기 행정부가 예고한 경제정책은 고무적이지 않다. 실용주의는 완벽히 저버린 채 극단적이고 의심스러운 이데올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노믹스의 핵심 테마는 신속하고 급격한 감세다. 감세는 경제 성장에 효과가 있다는 과도하게 낙관적인 전망에 힘입어 어느 정도 정당화되지만 통상 처참한 효과를 낳기 마련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를 인하하고 양도소득세를 삭감하고 법인세도 거의 없애려 하고 있다. 양도소득세는 부유층이 주요 과세 대상이며 법인세 감면 역시 최상위 부유층에 불균등하게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트럼프 정부는 이를 위해 다른 이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을 인상할 전망으로 우리는 지금 이 조치가 어떻게 실체화될지를 지켜보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들은 수입 관세를 약 10%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 관세는 의심할 바 없이 ‘미국의 제조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행보로 대중에게 비칠 것이다. 하지만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올리는 또 다른 이름의 세금에 불과하다. 이 정책은 소수의 기업에 지엽적인 도움만을 줄 것이지만 트럼프 당선인 측은 (진실이든 거짓이든) 몇백 또는 몇천 개의 일자리를 ‘보호했다’는 소식을 집중 부각시킬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의 대가로 치러야 할 비용은 크다.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이는 미국인들의 모든 비용으로 유입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과두제 집권층은 자신들에게 부과되는 직접세를 내리는 대신 모두에게 적용되는 간접세를 올리는 셈이다. 이 같은 정책에서는 세금 부담이 부유층으로부터 소득이 낮거나 거의 없는 사람들에게로 이전된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만약 트럼프 당선인이 수입 관세를 올리면 몇몇 혹은 모든 교역국이 미국 수출품에 보복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높다. 그로 인해 고임금 일자리를 제공하는 미국 수출 기업들의 생산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면 결과적으로 좋은 일자리도 감소하게 된다.
중국 등 일부 국가는 자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을 상대로 다른 징벌적 조치를 할 수도 있다. 그에 따른 결과 역시 고용 감소가 될 것이다. 세계는 지금까지 수많은 통상전쟁을 경험해왔지만 한 번도 긍정적인 결과를 낳은 적은 없다.
그렇다면 미국 과두제 집권층은 왜 이런 재앙적 정책을 추진하는 것일까.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주의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는 기업가들과 미 하원에서 공화당 간부회의를 점령하고 있는 시장 근본주의자들의 연합체다. 트럼프 당선인이 저명인사로 떠오르기 전까지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큰 폭의 감세와 (금융 및 환경을 포함한) 규제 철폐,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 등에 기초해 정책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유무역을 단호히 옹호했으며 오바마 정부는 공화당의 지지에 힘입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핵심 의제를 바꿔 놓은 것이 아니라 의제 설정자들을 정부의 주요 직책으로 끌어들였다. 이들의 친시장 사고는 도를 지나쳤으며 좋은 성과를 가져오지도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의원들을 트럼프가 상징하는 보호무역주의로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공화당 의원들은 수입 관세를 그들의 세제 ‘개혁’ 꾸러미에 포함할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모든 것을 검토하기 시작할 태세다. 그리고 자신들의 정책의 본질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돌려놓기 위해 온갖 이상한 해명을 늘어놓을 것이다. 그 본질이란 과두제 집권층이나 부유층에 국한되는 감세와 나머지 모든 이들에 대한 증세, 그리고 고소득 일자리의 감소다. 사이먼 존슨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