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가 9일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상임전국위원을 면직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두 번째 시도 만에 상임전국위를 개최하고 ‘인명진 비상대책위’를 출범시켰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친박계와의 물밑 난타전에서 기선을 잡고 비대위 구성에 성공하면서 인적 쇄신 작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청원 의원을 비롯한 친박 일각에서는 상임전국위 개최를 원천무효라고 반발하는 한편 법적 대응까지 불사해 내홍의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2시부터 5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겨우 상임전국위를 열고 박완수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당연직인 정우택 원내대표와 이현재 정책위의장 등 4명을 비대위원으로 선출하는 내용의 인선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새누리당이 앞서 상임전국위 개최를 시도했던 지난 6일에는 의결정족수가 총 26명(정원 51명)이었으나 이날은 23명(정원 47명)으로 줄었다. 당 지도부가 6일 친박계의 조직적 보이콧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상임전국위 개최에 실패하자 면직을 통해 정원과 의결정족수를 동시에 낮추는 묘안을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를 보면 당 대표와 비대위원장이 임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며 “선출직이 아닌 상임전국위원 중 6명에 대해 당 대표가 면직의 권한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국위원은 당원들의 의사를 대표해 (상임전국위에) 참석할 권한과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면직 처리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심 실세를 제외한 상당수 친박계가 비대위의 쇄신 작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가운데 인명진 위원장이 기선 잡기에 성공하면서 비대위 추가 인선, 윤리위 구성을 통한 인적 청산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 위원장은 서청원 의원 등이 끝내 인적 쇄신을 거부하고 버틸 경우 윤리위를 구성해 ‘강제 청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당 윤리위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최대 1년) △경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의원총회에서 3분의2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한 제명과 달리 나머지는 윤리위 의결만으로 가능하다. 탈당 권유의 경우 해당 의원이 통보를 받은 이후 10일 내에 탈당계를 제출하지 않으면 곧바로 제명된다.
이 때문에 서청원 의원은 이날 상임전국위가 열린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에 나섰다. 서 의원은 “지난주 회의 때는 53명이던 정족수가 오늘 47명이 됐는데 당헌·당규상 엄격한 기준과 절차가 있어 갑자기 정원이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필요한 정족수를 줄이면서까지 불법으로 회의를 성사시켰기 때문에 원천무효”라고 반발했다. 이어 “인 위원장의 친위 쿠데타이자 4·19혁명의 원인이 됐던 사사오입 개헌에 버금가는 것으로서 북쪽 공산당에서나 있을 수 있는 폭거”라고 맹비난했다. 서청원 의원은 앞서 이날 오전에는 인명진 위원장이 탈당을 강요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있다며 고소장과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서울남부지방검찰청과 법원에 각각 제출하며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