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세월호 당일 행적 소명은 기존 청와대에서 공개한 내용의 사실상 복사판이었다. 특히 서울경제신문이 확보한 사실과는 시간상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드러났다.
10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재 재판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제시한 박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 행적표는 추가된 오후 일정 4군데를 제외하면 청와대가 지난해 11월 홈페이지에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행적 자료와 같았다.
추가된 부분은 대통령 본인의 일정이 아니거나 증거 기록이 빠져 있었다. 오후1시30분 대통령이 해경에 독촉전화를 했다는 부분과 오후3시35분 머리 손질을 했다는 내용은 증거를 기재하지 않았으며 오후2시23분 ‘해경에서 190명 추가 구조가 잘못 보고라고 최종 확인’이라고 밝힌 부분은 확인 주체가 해경인지 대통령인지 불명확하다. 오후3시45분 사회안전비서관실에서 대통령 말씀자료를 부속실에 전달했다는 내용은 대통령의 행적과는 별개다.
국회 소추위원 측인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알려진 내용을 정리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진성 재판관은 “답변서가 부족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뒤가 맞지 않거나 이미 밝혀진 사실을 소명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박 대통령 측은 오전10시15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해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보관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당일 중대본 자료에 따르면 오전10시 상황 개요에 박 대통령이 같은 내용의 지시를 이미 내린 것으로 기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의 지난 5일 증언으로 안종범 전 수석이 참사 당일 오전 관저 집무실을 찾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대통령 측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정작 일정표에는 면담시간과 내용을 담지 않았다.
/김흥록·이두형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