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미국에 100만개 일자리" 마윈도 트럼프에 줄서기

트럼프와 30분 회동 후

기자들에 직접 내용 소개

"집권초 시범케이스 될라"

소프트뱅크·LVMH도

환심사기 투자 잇따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에서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기 위해 나란히 로비로 걸어 나오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에서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기 위해 나란히 로비로 걸어 나오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미국 신정부 출범을 열흘 앞두고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줄서기를 하는 양상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한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초기 ‘시범 케이스’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면서 미리 환심을 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뉴욕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의 마윈(잭 마) 회장은 9일(현지시간)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면담하고 “미국에서 1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마 회장과 30분간 회동한 후 함께 1층 로비로 내려와 기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직접 소개했다. 미국의 소기업이 알리바바를 통해 중국에 제품 판매 채널을 구축, 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해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잭과 나는 오늘 훌륭한 미팅을 했다. 잭과 나는 대단한 일을 할 것”이라며 “잭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기업가 중 한 명”이라며 치켜세웠다. 마 회장도 “미국의 소기업과 농부들이 알리바바의 플랫폼을 통해 중국과 아시아에 제품을 팔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특히 중서부 지역의 100만 소기업이 중국과 아시아에 물건을 판매하도록 어떻게 지원할지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과 마 회장의 기자회견 장면은 한 달 전 같은 장소에서 그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간 면담의 데자뷔다. 지난해 12월 초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트럼프타워를 방문한 손 회장과 면담한 직후 로비에서 즉흥 기자회견을 열고 손 회장이 자신의 대통령 당선 때문에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손 회장은 미국 내 스타트업 등에 500억달러를 투자해 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경제 전문가들은 이날 이벤트가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 내 사업 확대를 노리는 마 회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했다. 마 회장으로서는 이날 면담을 통해 최근 불거진 알리바바의 쇼핑 사이트 타오바오의 짝퉁 판매 논란을 희석시키고 트럼프 당선인의 환심을 사게 된 셈이다. 최근 알리바바의 최대 쇼핑 사이트인 타오바오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 의해 소위 ‘짝퉁(가짜 상품)’을 파는 블랙리스트 업체에 포함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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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마 회장뿐 아니라 루이비통으로 유명한 프랑스 업체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최고경영자(CEO)도 트럼프 당선인 앞으로 줄서기에 동참했다. 아르노 CEO 역시 트럼프와 회동한 후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언론과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을 위협해 해외 공장의 미국 이전을 압박하거나 해외 투자를 막는 것은 기업의 혁신을 방해하고 비용을 늘려 결과적으로 미국 소비자와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미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 “트럼프의 기업 ‘팔 비틀기식’ 정책이나 보호무역은 결국 경기 침체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미 국가정보위원회(NIC)도 9일 “트럼프 정부가 냉전 이후 가장 큰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며 최저 성장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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