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미국 월가 큰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실용주의자이며 상황에 따라 경제정책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11일 기재부는 유 부총리가 한국경제설명회(IR) 차 미국을 방문해 로이드 블랭크패인 골드만삭스 회장, 스티븐 슈워츠만 미국 전략정책포럼 위원장(블랙스톤 회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블랭크패인 회장은 “트럼프 당선자는 매우 실용적인 성격”이라며 “앞으로 경제정책을 합리적으로 조정·적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무역 정책도 트럼프 당선자는 반(反)무역주의자가 아니므로 실용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슈워츠먼 회장도 “트럼프 신행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당선자의 정책적 적응성이 높으므로 경직적으로 운영되기보다는 상황 변화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기업인 시절, 본인이 하려고 마음먹은 사업은 여러 반발과 현실적 어려움에도 결국 이루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으로 당선된 만큼,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유 부총리는 슈워츠먼 회장에게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를 축소해 나갈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라며 “이런 입장을 미국 신행정부에 정확하게 전달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234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미 무역흑자국에 대해 도끼눈을 뜨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올해부터 매년 280만톤의 미국산 셰일가스를 수입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날 유 부총리의 발언은 상황에 따라 미국산 제품 수입을 더욱 늘릴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블랭크패인 회장은 “미국 신행정부의 중국, 러시아, 북한 등과 관련된 대외정책은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바 없어 앞으로 추진방향을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월가 인사들은 한국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도 경제가 차질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블랭크패인 회장은 “한국 정부와 경제 시스템이 (탄핵안 가결에도)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라며 “한국의 정치상황이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에 의해 진행돼 예측 가능하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또 “경제적으로도 유사한 다른 여건에 있는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슈워츠만 회장도 “한국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저력이 있다”며 “경제적으로도 견저한 펀더멘털을 가지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