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방송되는 KBS2 ‘추적60분’에서는 ‘삼성,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인가’ 편이 전파를 탄다.
2015년 8월 2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호텔. 독일회사 코레스포츠와 삼성전자는 약 220억 원의 계약을 체결한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삼성전자가 코레스포츠를 통해 승마유망주들의 훈련을 지원하기로 한 것.
하지만 코레스포츠의 실소유주가 최순실 모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것이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기 위한 통로가 아닌지, 삼성이 최순실 모녀에게 거액을 송금한 이유는 무엇인지 수많은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해 10월 말부터, ‘추적 60분’은 정유라 씨의 승마코치이자, 비덱스포츠 대표인 크리스티안 캄플라데에게 수차례 취재를 요청했다. 그리고 두 달여 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오랜 고민 끝에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답변이 도착한 것. 캄플라데는 최 씨 모녀와 삼성의 관계를 알고 있을까.
‘추적 60분’은 삼성 측과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 로베르토 쿠이퍼스 前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 대표도 만났다. 쿠이퍼스는 당시 최순실 씨 측의 제안으로 코레스포츠 대표를 맡게 됐으며, 삼성이 한국 승마 스포츠의 잠재적 후원사라고 했다. 이상한 것은, 정작 정유라 씨를 제외한 승마선수들은 본 적도 없고, 이름조차 듣지 못했다는 것.
“좀 기묘하고 미스터리했어요. 최순실씨로부터 이 회사 설립의 목적과 구조에 대해 전혀 정보를 얻지 못했죠. 저를 뭔가 감추기 위한 알리바이를 위해 이용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쿠이퍼스 前 코레스포츠 대표 -
지난달, 특검은 최 씨 모녀의 독일 지출내역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공개된 ‘생활비 지출 내역서’와 ‘입출금 및 영수증 관리’ 목록을 보면, 삼성의 지원금 220억 원이 사실상 이들의 독일 생활비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최 씨와 비덱스포츠 직원이었던 노승일 씨가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면 삼성의 지원금이 최 씨에게 직접 전달됐음을 알 수 있는데.
최순실 게이트 1차 청문회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최순실 씨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1년이 채 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삼성과 코레스포츠의 계약 당시, 최 씨의 존재를 몰랐다는 것.
그러나,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고, 대화의 주 내용은 ‘왜 승마협회 지원이 늦어지냐’는 것이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후 긴급하게 회의를 소집한 이재용 부회장. 이틀 뒤 삼성전자 측은 계약을 위해 독일로 떠난다. 그리고 한 달 뒤인 8월 26일 삼성과 코레스포츠의 계약이 성사된 것. 삼성이 서둘러 계약을 맺은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때 당시에 코레스포츠는 사무실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삼성 측이…… 박원오 원장님 말씀은 ‘최순실 씨에게 삼성에서 계약을 좀 서둘러 한다’, 이런 얘기를 저는 들었습니다.”
-비덱스포츠 전 직원 노승일-
지난해 12월 21일. 특검의 첫 압수수색 대상이 된 곳은 다름 아닌 국민연금관리공단이었다.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의 수상한 지원 의혹에 국민연금은 대체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가 있었던 2015년 7월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중요한 시기였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결정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었던 것. 합병이 성사되지 못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그룹 지배력에 치명적인 타격이 생기는 상황. 외국계 자본들을 비롯한 소액 주주들의 반대가 거센 가운데, 삼성물산 주식 11%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찬반 여부는 합병에 무엇보다 중요한 ‘캐스팅 보트’였다.
여러 자문기관의 부정적인 의견에도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 결국, 2015년 7월 17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결정되면서, 국민연금은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됐다. 국민연금은 왜 굳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삼성의 손을 들어줬던 것일까. 당시 결정에 참여한 투자위원회 관계자들과 의결권 전문위원회 위원 등 복수의 관계자들을 통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본다.
“합병 비율을 조금이라도 올려서, 단순 0.01이라도 올려서 합병을 가결시키면 국민연금한테 무조건 이득이거든요. 당연히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삼성물산을 기준으로, 지분율이 높았던 회사인 삼성물산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게 당연합니다.”
-홍순탁 회계사-
[사진=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