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폭스바겐, 미국선 5조원·국내선 141억원 벌금내고 리콜 개시

미국 법무부에 43억달러 벌금

국내 법 약해 141억원 벌금만

미국선 소비자에 17조원 현금보상

국내는 1,260억원 규모 쿠폰지급

12일 정부의 리콜계획 승인에 따라 리콜 절차에 들어가는 폭스바겐 차량 티구안./서울경제DB12일 정부의 리콜계획 승인에 따라 리콜 절차에 들어가는 폭스바겐 차량 티구안./서울경제DB


폭스바겐이 차량에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뿜어내는 배출가스의 양을 조작한 ‘디젤게이트’가 터진 지 1년 4개월 만에 국내에서도 리콜을 진행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5조원에 달하는 벌금을 낸 반면 국내에서는 차종당 10억원도 안되는 141억원의 과징금을 내고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정부도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12일 환경부는 지난해 10월~11월 두 달 동안 폭스바겐이 제출한 리콜 계획을 검증한 결과 불법 소프트웨어 등을 제거한 후에도 차량 성능 변화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리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배출가스를 불법으로 조작해 적발된 2015년 9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환경부는 2015년 11월 폭스바겐·아우디 15개 차종, 12만6,000대가 배출가스를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이 차량들을 인증취소(판매정지)하고 과징금 141억원을 부과하는 한편 리콜을 하라고 명령내렸다. 지난해 6월 폭스바겐이 리콜계획서를 제출했지만 환경부는 내용이 부실하다며 반려했고 10월 다시 제출한 리콜 서류에 대해 10월부터 교통환경연구소와 자동차안전연구원이 두 달 간 검증을 실시했다.

이후 환경부는 소프트웨어와 배출가스, 성능시험, 연비시험 등 4가지 리콜 검증을 마치고 11월 30일 폭스바겐 측에 ①연료압력 ②매연저감장치 ③리콜이행률 달성방안에 대한 보완자료를 요구했다. 폭스바겐은 2016년 12월 28일 보완자료를 제출했고 환경부는 요구수준을 충족시킨 것으로 판단했다.

우선 검증된 모델은 폭스바겐 차량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 티구안(유로 5·2만7,000대)이다. 검증 결과 배출가스를 조작하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제거한 뒤에도 가속능력과 등판(오르막 오르기)능력은 비슷했다.


공인연비는 실내연비는 차이가 없었고 도로주행연비는 1.7% 감소해 추가 과징금을 받을 수 있는 범위(5%) 이내로 나타났다. 연비 차이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환경부는 미국 차량에는 배출가스재순환장치 외에 연료를 추가로 분사해 소모하는 질소산화물제거장치가 장착되어있었는데 국내 차량은 이 장치가 없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달 6일 리콜을 승인한 미국 정부 역시 연비 저하 등 검사 결과는 발표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리콜 검증계획이 승인되면서 폭스바겐은 이르면 이달 내 티구안 2만7,000대(유로5)의 고객들에게 내용을 알리고 리콜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미국 수준(18개월·85%)의 리콜이행률을 달성하기 위해 폭스바겐은 차량 직접 인수(픽업)와 배달 서비스, 교통비 제공 등의 서비스와 함께 콜센터도 운영하기로 했다. 리콜 차량에 대해 픽업·배달서비스가 제공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폭스바겐은 이와 함께 국내에서 모든 차량(12만6,000대)에 대해 100만원 상당의 서비스 쿠폰을 제공할 예정이다.

사태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정부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10월 2ℓ 디젤엔진이 장착된 차량 소유가 47만5,000명에 대해 총 147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현금 배상안을 합의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폭스바겐은 판매한 차량 12만6,000대에 대해 100만원 상당의 쿠폰만 제공한다. 금액으로는 1,260억원규모다.

또 미국에서는 43억달러(약 5조1,000억원)의 벌금을 물지만 국내는 141억원 과징금에 불과했다. 이는 조작 사건이 터졌을 당시 국내 대기환경보전법이 차종당 과징금 상한액을 10억원 이하로 정해놨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는 과징금을 매출액의 3%에서 5%로 상향하고 상한액도 차종당 500억원으로 대폭 올렸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폭스바겐은 141억원이 아닌 2,348억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법이 소급적용되지 않아 폭스바겐은 141억원의 과징금만 물게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부족한 국내 법의 기준을 대폭 상향했다”며 “약 4,000여명의 소비자가 70여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라 법원의 판단에 따라 폭스바겐이 쿠폰 외에도 추가로 배상을 해야 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11일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으로 혐의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법인과 요하네스 타머 총괄대표 등 포함해 전·현직 임원 8명을 기소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국내에서 판매한 폭스바겐·아우디 차량./자료=환경부국내에서 판매한 폭스바겐·아우디 차량./자료=환경부


구경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