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4차산업혁명 격전지된 바이오] "자체 R&D만으론 질적 도약 역부족...해외기술 적극 사들여야"

<하> 국내 CEO들이 본 K바이오 개선 방향

세계시장서 주도권 쥐려면

공격적·개방형 투자 중요

日 다케다제약 M&A처럼

자발적 인수합병 등 통해

바이오산업 판 더 키워야

민간 경쟁력 강화도 필요

인파가 몰리는 대형 제약사 프레젠테이션(PT)과 달리 11일(현지시간)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발표를 한 세인트프랜시스호텔 32층 빅터룸 앞은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JP모건 측은 메인기업들은 2층에 PT 장소를 마련해준다. 층수 차이만큼이 국내 바이오기업과 다국적 제약사의 차이라는 말이 나온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샌프란시스코=김영필기자인파가 몰리는 대형 제약사 프레젠테이션(PT)과 달리 11일(현지시간)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발표를 한 세인트프랜시스호텔 32층 빅터룸 앞은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JP모건 측은 메인기업들은 2층에 PT 장소를 마련해준다. 층수 차이만큼이 국내 바이오기업과 다국적 제약사의 차이라는 말이 나온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샌프란시스코=김영필기자


“국내 업체들도 라이선싱 아웃(기술 수출)뿐 아니라 해외 바이오 기업의 유망 기술을 사들여야 합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세인트프랜시스호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17’에 처음 참가했다는 강수형 동아에스티 부회장은 11일(현지시간) “우리도 (단기간에 바이오 산업의 질적 도약을 위해) 라이선싱 인(기술 수입)을 해야 할 때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동아에스티 측은 올해 콘퍼런스에도 벤처 투자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에서 5명이 함께 왔다. K바이오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전쟁터가 된 바이오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JP모건 콘퍼런스에서 만난 최고경영자(CEO) 등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리더들은 △공격적·개방형 투자로의 인식 전환 △민간역량 증대 △국내 바이오 산업 수준에 대한 냉철한 상황인식 등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사장의 지적도 강 부회장과 비슷하다. 이 사장은 “이번 행사에서 느낀 점은 갈수록 (일개 기업) 혼자 열심히 하는 연구개발(R&D)은 할 수도 없고 의미도 없다는 것”이라며 “글로벌 R&D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간기업의 경쟁력을 하루빨리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부 육성책도 필요하지만 민간기업 스스로 R&D 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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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발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우리도 전체 바이오 산업의 판을 더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JP모건 콘퍼런스의 핵심은 민간의 자발적인 필요에 의해 바이오 행사를 만들고 이를 산업 발전과 연계시켰다는 점”이라며 “후발주자인 우리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초기에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결국은 민간기업의 역량을 키우지 않고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서 투자자들과 미팅할 때 일본 제약사 다케다제약의 M&A 건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며 “이제는 우리도 판을 키울 때”라고 덧붙였다. 아시아 1위 제약사인 다케다는 지난 10일 미국의 희귀암치료제 업체인 아리아드파마슈티컬스를 54억달러(약 6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K바이오의 현주소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많았다.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안타깝지만 JP모건 콘퍼런스에서 다국적 제약사는 물론이고 중국 기업에도 밀리는 게 우리의 현주소”라며 “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경쟁이 심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기 셀트리온 사장도 “올해 콘퍼런스의 투자자 미팅에서는 중국 인사들을 많이 만났다”며 “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에서는 당분간 우리가 중국보다 앞서겠지만 이마저도 중국이 빠르게 따라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만큼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우리가 중국에 영원히 뒤처질 수 있다는 절박함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이와 관련해 “개인적으로는 최근 협회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며 “한 기업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업계 전체가 함께 큰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대규모 기술 수출 계약 성과와 일부 기술 계약 해지로 롤러코스터를 탔던 한미약품의 이관순 사장은 “상업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시행착오”라며 “나쁘게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샌프란시스코=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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