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대통령 취임식 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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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동방의 아침 나라 햇빛이 찬란하다…온 겨레가 하나 되는 내일 향해 나아가자.’ 1998년 2월 국회의사당 앞에서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불렸던 축가였다. 이 때문이었을까. 조수미는 취임식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축가를 불러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을 때 메트로폴리탄 공연 스케줄을 모두 취소하는 한이 있더라도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취임식 축가의 역사는 권위주의의 쇠락과 궤를 같이한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대통령 취임식 때는 축가 대신 ‘대통령 찬가’가 불렸다. 1952년 이승만 대통령 취임식에서 이화여중 합창단이 부른 찬가의 가사는 ‘… 정의의 불가마 밝게 안기인/ 우리의 대통령 이승만 각하’로 끝났다. 이런 낯 간지러운 노래를 축가로 대체한 것은 14대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메조소프라노 김학남은 ‘해 뜨는 아침의 나라’를 불러 대한민국 수립 후 최초의 문민정부 출범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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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축가는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통치권자들의 의중을 담기도 한다.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취임식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에서는 DJ DOC(김대중), god(노무현), 김장훈·SS501(이명박), 장윤정·싸이(박근혜) 등이, 미국에서 리키 마틴과 제시카 심프슨(조지 W 부시), 어리사 프랭클린과 비욘세(버락 오바마) 등이 식전 또는 식후 축가로 분위기를 띄웠다. 물론 이들이 참여한 것은 그곳에 초대받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대통령 취임식이 다 영광스러운 것은 아닌가 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있을 취임식에서 축가를 불러줄 가수를 못 찾고 있다는 소식이다. 셀린 디옹, 안드레아 보첼리, 엘턴 존, 샬럿 처치 등 부탁하는 이들마다 퇴짜를 놓고 있다. 인종차별주의자, 독재자를 위한 노래는 없다는 게 거부 이유다. 지금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보다 대통령으로 인정받기가 훨씬 더 힘들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게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닐 듯싶다. /송영규 논설위원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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