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이 하나둘 소진되고 있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설 연휴를 앞두고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단지는 저가 매물이 팔리면서 가격 하한선이 형성되는 분위기지만 다른 단지에서는 추가 급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12일 부동산중개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공급면적 기준)형은 최근 10억7,000만~10억8,000만원 사이의 급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11억원선이 무너졌다. 115㎡형 역시 11·3 대책 이후 13억원선이 무너진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11억원대 매물이 등장하고 대부분 매물의 매도 호가가 12억원 중반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개포동 주공4단지 역시 최근 다시 가격이 소폭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9억원선에서 가격 하락이 멈췄던 42㎡형의 경우 최근에는 8억8,500만~8억9,000만원 사이의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개포동 M공인 관계자는 “지난달 이후 호가 변동이 없었는데 최근 다시 가격을 내린 물건이 등장하고 있다”며 “이번주 들어 전반적으로 소폭 하향 조정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대책 이후 가장 먼저 호가가 움직였던 개포주공1단지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최저가격이 다소 오르는 모양새다.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재건축 후 109㎡형을 배정 받는 36㎡형 매물은 이달 초 8억7,500만원이었지만 최근 8억8,000만원에 최저가가 형성돼 있으며 42㎡형 매물은 9억8,000만원 정도로 2,000만원가량 상승했다.
한때 최대 2억원 가까이 하락했던 잠실주공5단지 역시 최근에 2,000만~6,000만원 정도 가격이 회복된 모습이다. 119㎡형은 지난달보다 6,000만원 오른 14억9,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으며 112㎡형도 13억5,000만원으로 2,000만원 정도 올랐다.
잠실 H공인 관계자는 “이달 중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정비계획안이 상정될 것이라는 소식에 끊겼던 거래가 이번 달에만 3~4건 진행된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가격 하락은 멈춘 듯하다”고 설명했다.
혼조세를 보이는 이유는 향후 시장 상황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 매수세를 확인한 만큼 상황을 더 지켜보려는 움직임이 있는 반면 지난해 높은 가격 상승을 경험한 일부 집주인은 단기간 추가적인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추가로 가격을 낮춰 차익을 실현하려는 모습도 나타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2주 앞으로 다가온 설 연휴가 지나고 나서 시장 움직임이 보다 확실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일선 중개업소에서는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매수·매도 희망자들 역시 거래와 관련한 결정을 설 연휴로 미루는 모습이다.
개포동 T공인 관계자는 “전반적인 관망세가 강한 상황에서 설 연휴 이후 매수 결정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은 만큼 당분간 오르고 내리는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