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SK나 CJ 등 다른 기업들도 (삼성의 경우처럼)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특검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자금까지도 모두 뇌물로 봤다면 사실상 모든 기업 총수를 ‘굴비 엮듯’ 기소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재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SK와 롯데·CJ그룹 등은 △최태원 SK 회장의 특별사면(2015년 8월)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 결정(2016년 4월) △이재현 CJ 회장 특별사면(2016년 8월) 등의 과정에서 수혜를 입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SK와 롯데는 지난 2015년 이후 미르·K스포츠재단에 각각 111억원, 45억원을 지원했으며 CJ는 13억원을 냈다. SK와 롯데는 여기에 더해 전국경제인연합이 주도해 회원사들에 배분한 재단 기부금 출연 외에도 K스포츠재단 관련 사업에 추가 지원 요구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롯데는 지난해 5월 K스포츠재단의 경기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 사업에 70억원을 냈다가 한 달 만인 지난해 6월10일 롯데 비리 의혹에 따라 검찰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이를 모두 돌려받았다.
SK 역시 지난해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 예산 지원’ 명목으로 80억원을 요구받은 사실이 있다. 다만 SK는 실제로 돈을 건네지 않았다.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압박에 못 이겨 미르재단 등에 돈을 낸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특별한 대가를 바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 사면은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진행됐으며 재단 출연은 ‘준조세’처럼 기업별로 할당돼 세금 내듯 돈을 입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롯데 측은 박근혜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의 독대(2016년 3월)에서 모종의 청탁이 있었고 이에 따라 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 결정이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 “시내 면제점 추가 선정은 2015년 9월부터 정부 내에서 검토되고 있던 사항”이라며 “시간 순서로 봐도 논리적이지 않을뿐더러 만약 거래가 있었다면 지난해 검찰로부터 대대적인 비리 수사를 받았겠느냐”고 밝혔다.
CJ도 특검 수사 파장 확대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서 이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한 청탁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CJ 관계자는 “자금지원을 대가로 사면을 청탁했다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2015년 12월 즉각 대법원 재상고를 포기하고 설 특사를 노리는 게 더 타당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서일범·진동영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