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시각] 트럼프發 불확실성 시대, 한국은 준비됐나

노희영 정치부 차장





20일(현지시간)이면 전 세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는 거대한 변수를 맞게 된다. 트럼프호(號) 출범 전부터 트럼프와 주요 장관 내정자들이 서로 다른 시각을 드러내고 트럼프 자신조차 트위터에서 쏟아내는 발언의 앞뒤가 맞지 않아 대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그야말로 트럼프발(發)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다.


각 국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과 관련된 정책을 어떻게 펼칠지, 그에 따른 영향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 측과 줄을 대려고 열심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각 부처의 장차관급 인사들이 줄지어 미국을 방문했고 주미 대사관 등을 통해 트럼프 측과 접촉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미국의 신행정부 측 인사들과 소통한 결과라고 내놓는 자료들을 보면 과연 정부의 주장대로 ‘긴밀하고 전략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안호영 미국주재 한국대사 등 장차관급 인사들이 만났다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핵심 관계자는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뿐이다.


이렇다 보니 민간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의 출국금지 때문에 지난해 12월 트럼프가 초청한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 미팅에 불참했으며 트럼프 당선 후 그를 면담할 최초의 한국인이 될 기회를 놓쳤다고 야단인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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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지난해 11월8일 대선 승리 후 한미 관계나 북한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다가 단 한 차례 견해를 밝혔다. 당선 후 처음으로 지난 11일(현지시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한국이나 북한에 대한 발언은 찾을 수가 없었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에 대해 반응을 보인 것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월1일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 사업이 마감 단계”라고 밝혔을 때가 유일하다. 그마저도 자신의 트위터에 “그런 일은 없을 것(It won’t happen)!”이라고 단 한 줄 반박하는 글을 남겼을 뿐이다.

이 단 한 줄의 트윗에 구구절절 의미를 부여하는 우리 정부의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메시지는 대통령 당선 후 북핵 문제와 관련해 당선인이 명시적으로 처음 언급한 것으로 의미를 가진다”면서 “특히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ICBM 등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한 분명한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꿈보다 좋은 해몽’인 셈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노력이 다소 아쉽지만 더 중요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자 취임 이후 조기에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장관뿐 아니라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하루빨리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접촉해 만날 날짜를 잡아야 한다. 트럼프 당선 직후 즉각 미국으로 날아가 그를 만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취임 일주일 후인 26일께 미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측에 줄 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핑계일지도 모른다.

nevermind@sedaily.com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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