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위기를 면해 한숨 돌리긴 했지만 여전히 혐의가 남아있는 상태라 경영 정상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때문이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미래전략실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등 그룹 수뇌부의 검찰 소환, 압수수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지난해 11월부터 미뤄왔던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경영에만 매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 관계자는 “일단 구속 위기는 면해 출근해 업무를 보면서 조사와 재판에 임할 수 있게 돼 다행이지만 완전히 혐의를 벗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검찰 수사, 국정조사 청문회, 특검이 이어지면서 접어든 안갯속 상황은 여전하다”고 하소연했다.
삼성은 통상 12월 1일에 하는 사장단 인사를 연기한 것을 시작으로 후속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잇달아 미뤘다.
연초에 확정해야 할 경영계획도 세우지 못했고 3월에 시작하는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의 계획 역시 확정하지 못했다.
올 상반기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던 ‘뉴 삼성’의 인사개편 방안도 현재 실무선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그대로 적용될지 장담할 수 없다.
투자와 인수합병(M&A) 추진, 신사업 확장 등도 공백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부상한 2014년 이후 약 3년간 15건의 M&A(인수합병)를 추진하며 신사업에 진출해왔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전장업체 등 주로 삼성이 신사업으로 삼고자 하는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그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14일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를 발표한 이후 M&A 시계는 멈췄다.
물밑에서는 일상적으로 해외 IT 기업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M&A를 위한 조율 작업이 진행 중이다. 최종 성사를 위해서는 총수인 이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한데 현재로써는 이를 거론하기조차 어려운 분위기라는 게 내부 전언이다.
이미 인수 계약을 맺은 하만 역시 올해 3분기까지 후속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미국에서 일부 하만 주주들의 반발 등 변수가 돌출했다.
주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총수가 직접 나서 기업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효과적이지만, ‘뇌물 혐의’를 벗지 못한 총수의 발언에 시장이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는 알 수 없다.
삼성이 이르면 상반기에 내놓겠다고 밝힌 지배구조 개편방안 역시 그대로 실행될지 역시 미지수다. 중장기 그림보다는 당장 비상경영체제를 어떻게 짤 것인가가 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정조사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언급했던 그룹 미래전략실 해체 등의 작업 역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