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매도 규제 강화 - 반대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정상적 거래…'내로남불' 접근 안돼

주가급락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공매도에 대한 규제 강화를 놓고 찬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대우건설 등의 주가급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 등의 개선 조치를 1·4분기에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급기야 지난해 말 국회에서 공매도를 아예 금지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까지 발의됐다. 공매도 규제를 찬성하는 쪽은 불공정거래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개인만 손실을 입고 있는 만큼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공매도를 주가급락 요인으로 볼 근거가 없으며 이를 없애거나 규제할 경우 우리 시장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주식시장에서 주식 공매도가 두고두고 이슈다. 주가가 오를 것 같아 주식을 사고 주가가 내릴 것 같아 주식을 팔겠다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주식이 없는데 파니까 괴이한 거래이고 투기적 거래이고 시장 교란 행위라 한다. 그래서 공매도 규제를 해야 한다고들 주장한다. 정부도 주식 공매도 규제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공매도 전면 금지 규제를 몇 년간 시행하기도 했다.

없는데 파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며 그런 거래를 받아줄 이도 없다. 팔고 싶은 주식이 없으니 남에게 주식을 ‘빌려와서’ 팔아야 한다. 그게 공매도이고 보다 정확히 ‘주식 차입공매도’라고 한다. 물론 빌린 주식은 나중에 주식 주인에게 되갚아야 한다. 돈으로 쳐서 되갚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주식으로 갚는다. 주식 10주를 빌렸으면 주식 10주로 갚아야 한다. 따라서 공매도 기간 동안 주가가 떨어지면 공매도자에게 이익이 된다.


우선 주식을 차입해 파는 것이 괴이한 거래가 전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알게 모르게 어떤 자산을 빌려서 파는 경우는 많다. 예를 들어 종종 돈이 없어 돈을 빌려서 돈을 팔기도 한다. 바로 신용매수다. 돈을 판다는 말이 좀 이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무엇인가를 돈 주고 사는 거래가 돈을 파는 행위인 것이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내가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면 채권 매수이지만 돈을 빌리면 채권 공매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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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매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빚 내서 집을 사라고 독려할 정도로 일반화돼 있는 거래다. 또 많은 주식투자자가 신용으로, 즉 돈을 꿔 주식을 매수하기도 한다. 현재의 가계부채 1,300조원도 신용매수가 누적된 결과물이다. 신용매수는 이른바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하므로 이를 이용하는 개인에게도 위험한 거래 행위이지만 총량이 커질 때는 경제 시스템을 위협하기도 한다. 현재의 가계부채 문제가 바로 딱 그런 사례다. 주식시장에서 주로 개미(개인)투자자가 주식 공매도를 비난하지만 스스로 신용매수를 한 적은 없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내가 하는 신용매수는 문제가 없고 남이 하는 주식 공매도만 문제일까. 가계부채로 금리 결정조차도 자유롭지 않은 작금의 한국 경제 현실을 보면 주식 공매도는 미미한 이슈일 뿐이다. 신용매수는 시장 교란 차원이 아니라 시장과 경제 시스템의 붕괴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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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리해보자. 주식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그 주식을 팔아 돈을 사는 행위이다. 신용매수는 돈을 빌려 그 돈을 팔아서 주식, 부동산, 기타 재화 등을 사는 행위이다. 주식시장에만 국한하면 주식 공매도와 신용매수는 완전히 대칭적으로 서로 동일한 거울 이미지와 같은 것이다. 주식 공매도가 그렇게도 이상한 거래이고 거래자 개인이든 정부든 용납하지 못하겠다면 신용매수 역시 그래야 한다. 주식 공매도가 시스템 위기를 유발한 적은 없다. 사실 신용매수에 비하면 총량도 미미하다. 신용매수는 현재 한국 경제의 시스템 위기를 상당히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주식 공매도를 전면 금지해도 좋다. 하지만 그런 규제를 하려면 대칭적으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행위, 즉 신용매수도 전면 금지해야 한다.

신용매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빌린 돈을 못 갚는 디폴트 위험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주식 공매도도 마찬가지다. 주식을 빌려 되갚지 못하는 디폴트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지 다른 것이 문제가 아니다.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그렇게도 중요한 문제라면 신용매수로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문제였어야 한다. 가계신용이 1,300조원에 이르도록 둘 문제가 아니었어야 한다. 디폴트 문제에서도 주식 공매도의 경우 주식의 원소유자, 대여자, 대여자가 팔아서 산 것이 얼마이고 무엇인지 전자적으로 명확히 기록되며 공매도에 따른 증거금의 예치도 요구된다. 그래서 디폴트가 나기 어렵다.

개별 경제 주체 간 이해관계는 복잡다기하고 서로 엇나가기 마련이다. 인간인 이상,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유리하면 공정하고 불리하면 불공정한 것 같다. 이익이 나면 공정한 게임이었고 손실이 나면 불공정한 게임이었던 것 같다. 금융당국은 개인이든 기관이든 어느 한쪽, 어느 한 집단의 주장이나 불평불만을 근거로 규제를 고민해서는 안 된다. 주식시장 전체, 금융시장 전체, 나아가 실물경제를 포함한 거시경제 전체적 금융의 흐름과 맥락을 아우르고 짚어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공정한 룰이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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