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경씨의 #그래도_연애] 썸의 공식: 남사친+용기+인연=남친 or NO





“에이, 걔는 그냥 좋은 친구일 뿐이야...”


30세를 막 넘기며 짝을 찾아 헤매는 서경씨, 남자친구는 없지만 영화를 같이 보거나 새로 생긴 맛집을 같이 가는 ‘남자사람친구’는 있다. 함께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면서 ‘왜 우리가 아직 솔로일까’ 신세 한탄을 하면서 고독을 자위하기도 하고, ‘공동 운명체’임을 과시하기도 한다. 그 남자사람친구를 한번 진지하게 만나보는 게 어떠냐는 친구들의 말에 서경씨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한다. 그는 단지 ‘남사친(남자사람친구)’일 뿐이라고! 마치 무슨 선언을 하듯 딱! 잘라 말한다. 사랑과 우정 사이라는 말도 있듯이 연인과 친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법도 하지만 그 남사친과는 그런 감정을 겪었던 기억이 없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너희 둘이 너무 잘 어울려~”, 30세를 넘기며 서경씨 머릿속에서도 살짝 물음표가 생긴다. ‘남사친’이 남자친구가 될 수 있을까?

#NO! 서로가 부담 없는 지금 이대로가 딱! 이다





내 남사친은 멀끔한 외모와 큰 키를 자랑한다. 직장도 탄탄한 데다 미래를 위해 대학원까지 다니고 있다. 7년 전 대학 연합동아리에서 알게 됐고, 그를 알면 알수록 삶에 대한 진취적인 태도와 타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성실함이 몸에 밴 만큼 현재 직장에서도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할까.. 그를 만나도 심장박동은 그대로다. 어떠한 설렘과 떨림도 없다. 모 방송사의 로고송처럼 ‘만나면 좋은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역시 나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은 없는 것 같다. 여자친구 사귀기는 부담스럽지만, 동성 친구랑 만나기는 뭔가 아쉬울 때 그도 나를 찾는다. 내가 그를 찾는 것처럼!

남사친1 : 요즘 영화 ‘너의 이름은.’이 엄청 재밌다던데 봤어?

서경씨 : 아니, 나도 보고 싶은데 아직 못 봤어 ㅠㅠ

남사친1 : 혹시 볼 생각 있어?

서경씨 : 응! 조만간 보려고 했지

남사친1 : 그럼 이번 주 목요일 저녁 어때? 칼퇴 가능? 주말은 서로 일정도 바쁘니까, 이동하기 편한 강남역에서 보면 되겠다 ㅋ

서경씨 : 그래 그러자~

남사친1 : 콜~~ 표는 내가 예매할게. 너는 맛있는 저녁 쏴라~~

서경씨: 당근이지!!

남친이었다면 이 상황이 어떻게 달랐을까? 아마도 회사로 데리러 왔겠지? 목요일 저녁보다는 주말에 만나 하루 종일 같이 있었을 거다. 만날 때 장미꽃 한송이든, 내가 좋아하는 후리지아 정도는 안겨줬을 테고, 내 핸드백도 당연히 그가 들어줬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남친을 만나는 자리였다면, 토요일 아침 나는 꿀같은 늦잠을 포기하고 한 시간 동안 메이크업을 정성스럽게 하고 입을 옷과 신발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 남친을 사귈까 고민할 때면 이렇듯 귀찮은 연애의 과정부터 머릿속에 그려진다. 서로를 알아 가는 시간 동안 들여야 하는 그 엄청난 에너지, 서로에게 실망할 때 감당해야 할 배신감 같은 불필요한 감정, 그리고 그와 헤어질 때 구차해지는 나 자신을 목격해야 하는 그 순간까지! 생각만 해도 싫다!! 그게 서경씨가 몇 년 째 연애다운 연애를 안 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남사친과 부담 없이 만나고, 부담 없이 수다를 떨 수 있는 이런 관계가 편하다. 아직까지는! 서로에게 부담되지 않게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식사든 커피든 ‘더치페이’로 지불한다. 동성 친구를 만날 때보다 장점이 있다면 동성 친구에게 할 수 없는 속 깊은 얘기까지 나눌 수 있다는 것! 나의 처지에 공감하고 ‘나의 원수’를 함께 욕해주는 동성 친구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가끔 동성끼리 느끼게 되는 미묘한 신경전이나 질시 같은 것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남사친의 존재가 유용한 것일지 모른다. 이성이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내 처지를 바라볼 수 있고, 때론 냉정하게 나의 잘못이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주고, 여자이기 때문에 내가 놓쳤던 남자들이 세계에 대해 팁을 알려준다. 어떤 감정도 실지 않고 전달하는 조언이기에 더욱 신뢰가 간다.

서경씨 : 야, 우리 평생 친구 하는 거지? 내가 너 여친 생기면 어떤 사람인지 봐줄게! 여우한테 걸리지 않게~

남사친1 : 콜, 나도나도~ 네 남편감 제대로 검증해주지. 우리는 동지! 끝까지 가자구~

서경씨 : 그래, 야 인생 뭐 있냐! 마셔 마셔~

남사친1 : 엉! 애인이 꼭 있어야 되는 거냐? 왜 사람들이 볼 때마다 연애는 언제 하냐고 물어보는지. 참내.... 정말 스트레스 받는다!! 마셔!!



우리는 어깨동무를 한 채 술집을 나와 버스정류장까지 왔고, 서로 쿨하게 각자의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려줬다. 그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붙어있었지만 두근거림이나 설렘은 없었다. 만약 남사친과 사귀고 결국 헤어지게 된다면 소중한 친구를 잃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 이대로가 딱 좋다.


#YES! 남사친이란 결국은 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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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친하기만 한 남사친도 있지만 남사친이 남자친구가 될 뻔! 한 적도 있었다. 몇 년 지나 돌이켜 보면 당시엔 남사친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썸’을 타고 있었던 것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0~30대 미혼남녀 605명을 대상으로 ‘남사친’ ‘여사친’을 정의하는 기준에 대해 설문한 결과에서도 남성은 “사귀기 전 어장 관리 중인 이성 친구(28%)”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하지 않은가. 여성은 “스킨십을 하지 않는 이성 친구”(32.3%)를 남사친이라 규정했다고 한다.

취준생 시절 스터디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재수도, 휴학도 하지 않았던 만큼 그는 다른 남학생에 비해 취업 준비가 빠른 편이었다. 스터디에서 유일한 동갑내기였던 데다 집 방향도 같아 스터디가 끝나고 함께 버스를 타는 일이 많았다. 미래가 불안했기 때문인지 우리는 서로의 고민을 털어 놓으면서 급속도로 친해졌다.

(카톡이 오고 갔다)

남사친2 : 내일 스터디 끝나고 뭐해? 우리 영화볼까 ^^

서경씨 : 뭐 다른 일정 없는데~ 무슨 영화?

남사친2 : 음 너가 좋아할 만한 거~ 너 로맨틱 코미디 좋아한다고 했잖아. 얼마 전에 개봉한 거 있던데~

서경씨 : 몰랐네! 그러자 그럼!

남사친2 : 낼 맛있는 것도 먹자~ 지금 뭐하고 있어?

서경씨 : 인적성 풀고 있지 ㅠㅠ 화이팅!

남시친2 : 나두.. 열공하구, 이따 심심하면 연락해ㅋ

영화를 보러 간다는 행위는 같지만 지금의 남사친과 그때의 남사친을 만날 때 느낌은 확실히 달랐다. 나를 세상 그 누구보다 소중히 여긴다는 느낌, 마치 크리스탈 유리잔처럼 거칠게 다루면 깨질까 조심하면서 한 발 한 발 내게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같은 스터디 안에서 그 어떤 남자도 나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이 여자는 나의 사람”이라는 묵시적인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는 느낌이었다. 불안했던 시절, 유일하게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그가 있기에 든든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취준생이었기에 친구 이상의 선을 넘는 건 부담스러웠다. 우리는 그렇게 봄여름가을겨울을 보내고 있었고, 그해 초겨울 내가 먼저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대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고 선언했다. 그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썸을 타던 우리 사이에 서서히 냉기가 돌기 시작했던 게. 여전히 ‘친구’라는 울타리 안에 있었지만 연락 횟수와 함께 한 시간은 확연히 줄어 들었다. 그가 떠나기 며칠 전, 우리는 참 오랜만에 만났다.

남사친2 : 잘 지냈어? 엄청 피곤해 보이네! 몸 잘 챙기구~

서경씨 : 그래 고마워! 너두 힘들어 보이네.. 미국 가서 몸 잘 챙기구~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남사친2 : 응응.. 그런데... 나 너 좋아했었다? 입사하면 꼭 고백하려고 했었는데 ^^ 아! 부담은 갖지 마. 지금은 아니고 한 때 그랬다는 거야... 우리는 좋은 친구잖아~

서경씨 : 아... 그랬구나 ... 몰랐네. 우리 힘들 때 서로 힘이 됐던 좋은 친구잖아! 가서도 자주 연락하고 지내자~

남친이 될 ‘뻔’ 했던 나의 남사친은 그렇게 미국으로 떠났다. 지금은 미국에서 백인 언니들 잘 만나고 있겠지? ㅎㅎ

남사친이 남친이 될 수도, 안될 수도 있지만 결국 우리들의 선택과 의지가 낳은 결론이 아닐까. 친구라는 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그대로가 좋겠지만, 그가 점점 내 마음속에 커지는 것이 느껴진다면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 뻔한 얘기지만,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어쩌면 그 친구가 취준생 시절 ‘사귀자’, 고백했으면 우리는 연인 사이가 되어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용기를 못 낸 만큼, 딱 그 만큼이 우리의 인연인 거다.

그나저나 나도 올해 남사친 아닌 ‘남친’을 만날 수 있을까? ㅎㅎ 올해는 마음 먹고 연애 전선에 나서 볼란다!





남사친이여전히좋은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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