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황혼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고려시대 유학자 우탁은 ‘늙는 길을 가시덩굴로 막고 막대로 막아보려 하지만 세월과 함께 찾아오는 흰머리를 거스르지 못한다’고 늙어감을 한탄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자는 지난 2016년 기준 699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3.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고령 인구가 7%를 넘어서면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17년에는 14%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Consumer Injury Surveillance System)에 2016년 접수된 65세 이상 고령자 관련 위해 사례는 5,795건으로 2015년 5,111건에 비해 13.4% 증가했다. 특히 고령자 안전사고의 52.8%(3,058건)가 집 안에서 발생하고 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 오히려 노인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집 안에서 발생하는 사고 중에서는 화장실이나 방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가 39.2% (1,200건), 침대나 의자 등 가구에서 낙상하는 사고가 9.9%(302건)를 각각 차지했다. CISS 통계는 고령자 안전사고 예방의 출발점이 가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노년에는 가정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지만 일반 성인과 달리 거동이 불편해 집안 곳곳이 안전 사각지대이다. 따라서 가정 내 안전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에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거나 화장실·방바닥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조치만 해도 어느 정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얼마 전 국민안전처에서 노인 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고령자들의 생활 안전 개선을 위해 2017년에 공공실버주택 2,000가구와 저소득층 고령자를 위한 주택 안전 편의시설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지방자치단체마다 돌봄 서비스를 시행해 혼자 사는 어르신의 건강과 안부를 챙기고 있다. 곧 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고령자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무엇보다 어르신에 대한 공경심과 세심한 관심이 중요하다. 제도가 아무리 잘돼 있어도 가족과 이웃의 따뜻한 관심 없이 고령자 안전사고가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특히 집 안에서 자주 발생하는 고령자 안전사고의 특성상 가족과 이웃의 관심이 절대적이다. 고령자 안전은 당사자의 문제를 넘어 가족 전체의 삶마저도 위협하는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어르신에 대한 공경심과 배려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지 못한다면 안전사고의 근본적 해결은 어렵다.
늙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병들고 나약한 모습이 언젠가 나의 모습으로 찾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최재희 한국소비자원 위해정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