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기기 조립회사 대만의 홍하이그룹(폭스콘)이 지난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력에 굴복해 미국에 디스플레이 생산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22일 로이터통신과 대만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궈 타이밍 폭스콘 회장은 이날 미국에 총 70억달러(약 8조2,32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궈 회장은 아직 미국 연방 및 주정부와 협상해야 할 세부적인 조건들이 남아 있지만 지난해 8월 인수합병(M&A)으로 한가족이 된 샤프와 함께 대미 투자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또 “보호무역주의의 부상은 피할 수 없다”고 운을 뗀 그는 올해 경제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치가 경제 발전의 근거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간접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이 이번 투자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궈 회장의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통상 부문에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공언한 후에 나온 것이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대만 언론들은 자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고율의 관세를 앞세운 보호무역 장벽에 부딪힐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애플에 아시아를 떠나 자국에 공장을 신설해달라는 주문을 해왔다. 현재 애플은 미국과 아일랜드에서 생산하는 일부 컴퓨터 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폭스콘과 같은 아시아의 아웃소싱 파트너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요구에도 공장 이전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