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고] 재외국민 건강 지킴이 '원격의료'

김도윤 우즈베키스탄 한인회장



우즈베키스탄은 대한민국과 4,800㎞ 이상 떨어진 중앙아시아의 나라다. 하지만 1930년대 옛소련의 스탈린이 지시한 강제이주 정책의 영향으로 ‘고려인’이라 불리는 동포가 18만명이나 거주한다. 최근 우리나라와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재외국민도 약 3,000명 살고 있다.

지난 2015년 기준 경제성장률 6.8%를 기록하며 발전하고 있는 나라지만 신생아 1,000명당 사망률이 44.2명에 이를 정도로 의료 환경은 열악하다. 우리나라의 현재 수준(2.91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1970년대 초반(38.11명)과도 차이가 있다. 우즈베키스탄에 거주하는 필자는 환자의 상태가 위중하거나 수술이 필요할 경우 이곳 병원을 찾지 않고 러시아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가 치료를 받는 현지인들을 자주 보고는 한다. 우리 동포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그저 몸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만을 바라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의료진과의 원격 화상상담이 가능한 ‘재외국민 디지털헬스케어센터’가 열린다는 소식은 가뭄 끝의 단비 같았다. 이곳 한인회는 센터 공간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17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타슈켄트에 간호사인 코디네이터 1명을 두고 센터 운영을 시범으로 시작했다.


원격상담이 생소한 교민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도 펼쳤다. 한인회는 교민에게 독감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사업을 통해 접종자들을 원격상담 참여자로 등록하도록 했다. 이들은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들에게 원격 화상상담을 받았는데 ‘세심하고 친절하면서도 전문적이어서 좋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교민들 사이에서는 디지털헬스케어센터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특히 환아 A(5)양의 경우 큰 도움을 받았다. 감기 증세로 현지 병원을 찾은 A양은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부정맥 진단을 받았다. 이후 센터를 찾은 A양은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들에게 원격 화상상담을 받았다. 센터에서는 A양이 다니는 유치원을 방문해 부정맥 증상을 알려주고 응급대처 요령 및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해 교사가 환아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헬스케어센터는 개소한 지 수개월밖에 안 됐지만 우즈베키스탄 교민들 사이에서 보건소의 건강증진센터와 같은 곳이 됐다. 대한민국의 원격의료 기술에 힘입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사는 재외국민도 최신 건강상담 혜택을 볼 수 있다. 언제든 접근할 수 있고 빠른 회신을 해주는 1차 건강 지킴이가 교민 사회에 생긴 것이다.

지난해 시작한 재외국민 대상 원격 화상상담은 규모가 크거나 비용이 많이 들지 않지만 우리나라가 잘하는 정보기술(IT)을 의료에 접목해 재외국민의 건강권을 높여준 중요한 사업이다. 올해도 디지털헬스케어센터가 재외국민이 가장 가까이에서 기댈 수 있는 보호막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도윤 우즈베키스탄 한인회장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