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훈 수은 행장은 23일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출·투자 53조원, 보증 14조원 등 모두 67조원의 여신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8조원(11%)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해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5조원(6%) 줄인 데 이어 올해는 감소폭이 10%를 넘어섰다.
수은의 공급규모 축소는 중공업 침체와 경고등이 켜진 수출 부진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부문별 지원계획을 보면 이는 더욱 여실히 나타난다. 해외건설·플랜트, 선박은 총 27조8,000억원으로 지난해(32조2,000억원)보다 4조원 이상 감소했다. 해외건설 등은 한때 수은 지원 중 7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전체 지원액 중 46%에 그쳤다. 이 행장은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든 지원규모이지만 신성장산업과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경기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수은은 올해 신성장산업 지원에 전년 대비 44%에 늘어난 6조5,000억원을 배정했다. 전통산업이 삐걱거리면서 이를 신성장 부문에서 채우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서비스, 에너지신산업,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미래 운송기기 및 소재, 유망소비재 등 5대 분야를 수출형 신성장산업으로 선정,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이 행장은 최근 수은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대해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현실의 변화가 많기에 수은이 그런 것을 수용할 조직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기타 공공기관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