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작성 및 관리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재직 시절 친정부 성향의 보수단체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시했다는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실장이 지난 2013년 말~2014년 초 보수단체들에 대한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박준우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지시를 내린 정황을 파악했다.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정무수석실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보수단체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이후 전경련은 일부 보수단체들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검은 구속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무수석이던 2014년 보수단체를 동원해 ‘반-세월호 집회’를 열도록 한 정황을 포착한 바 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 대상에서 솎아내기 위해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함과 동시에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들을 동원하고 돈을 대주기까지 했다는 이야기다.
김 전 실장은 국가권력이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을 풍자한 작가 홍성담씨를 지목해, ‘재제조치 강구’ 라고 지시한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전 실장은 “문화예술계의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문화계 전반에 대한 선별 작업을 강조하기도 했다.
/홍주환 인턴기자 theh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