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패권세력을 배제한 이른바 제3지대 주도권을 놓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간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은 친박·친문세력을 제외한 비패권 세력을 중심으로 제3지대를 꾸려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에 대해서는 사뭇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서다.
반 전 총장은 최근 지지율 답보를 벗어나기 위해 24일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제3지대 인사들과 적극 만나며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 전 의장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손학규 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과 제3지대와 개헌 등을 꾸준히 논의해온 대표적인 제3지대론자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정 전 의장과의 오찬회동에서 “큰 틀에서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정 전 의장은 “큰 틀에서 반 전 총장을 돕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설 연휴가 지나고 다시 회동하기로 한 것을 보면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 일부 의원들도 반 전 총장을 돕기 위해 설 연휴 시작 전 동반 탈당 가능성이 나오면서 성사될 경우 반 전 총장 주도의 제3지대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반 전 총장은 전날에도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과의 회동에서 새누리당·바른정당·국민의당 등에 당장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에서 정치 세력화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반 전 총장의 행보에 ‘국민의당 중심의 제3지대론’을 주장해온 박지원 대표는 발끈했다. 박 대표는 이날 한 방송사에서 “반 전 총장이 구상하는 빅텐트(제3지대)에 우리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국민의당이 중심이 된 제3지대 빅텐트가 아니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대표는 전날에도 국민의당의 반 전 총장 영입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셔터를 내렸다”고 말했다.
손학규 의장은 반 전 총장과 국민의당의 틈새를 파고 들면서 주도권을 노리는 전략을 택했다. 손 의장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국민의당과의 연대·연합도 곧 협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국민의당에 적극 구애를 펼쳤다. 손 의장은 구체적 연대·연합의 형태에 대해 “국민주권개혁회의와 국민의당이 연대하면서 다른 개혁세력을 끌어들여 정권을 획득하는 주체가 될 것”이라며 “3월 정치권 빅뱅이 오면 민주당 개혁세력이 합류하는 등 빅텐트를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