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본격적인 압박이 시작되면 현대차로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25일 내놓은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은 1조212억원. 전년동기보다 32.6%나 급감한 것으로 분기별로 볼 때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적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역시 전년보다 18.3%나 줄어든 5조1,935억원으로 6년 만에 5조원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12년 8조4,000억원을 기록한 후 4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고 감소폭도 매년 커지고 있다.
글로벌 판매량은 10만대(2%) 줄었고 국내 판매량은 6만대(7%) 감소했다. 국내 점유율은 36%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수출 부문에서도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 수출 물량은 2014년 36만대에서 지난해 33만대로 3년 연속 감소했다. 현대차 부진의 여파로 국내 자동차 업체의 미국 수출 물량은 96만4,432대로 7년 만에 9.5%나 급감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155억8,586만달러로 9.8% 줄었다. 반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은 6만99대로 전년 대비 22.4% 성장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당분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동차 산업은 신차 개발에서 출시까지 보통 3년 정도가 필요하다. 중국 등 신흥국 경기 부진, 강성 노동조합으로 인한 국내 인건비 상승, 악화되는 환율 상황, 낮은 연구개발(R&D) 비용 등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손질 중인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에 나설 경우 상황은 급속히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출 물량 대부분이 수익이 많이 남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대형차라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가 양산차·프리미엄차·친환경차·커넥티드카까지 다방면에 주력하다 보니 기초체력이 많이 약해져 있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본격적인 압박이 시작될 경우 자칫 위기가 커질 우려가 있어 정부 차원의 사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