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박영찬 크로엔 대표 "반려동물 임상으로 '데스 밸리' 넘는다"

음식·생활 패턴 등 유사해

기존 격리·사육 실험보다

데이터 확실, 비용도 절감

반려동물 시장 年 4% 성장

자체 브랜드 내고 공략 박차

작년 매출 전년비 30% 올라

올핸 100억 달성 가능할 것



신약개발은 후보물질을 발굴한 후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1·2·3상 등 단계를 거칠 때마다 비용이 급증한다. 임상 1상부터 사실상 ‘돈 먹는 하마’가 되면서 자금력이 부족할 경우 이른바 ‘데스 밸리(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된다. 이 때문에 전임상 단계에서의 명확한 데이터 확보가 임상 과정 설계는 물론 최종적인 신약 개발 성패를 좌우한다.

박영찬(사진) 크로엔 대표는 25일 경기도 수원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전임상 이후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추가로 임상을 진행할 경우 신약 개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9년 설립된 크로엔은 전임상과 관련한 임상시험대행(CRO) 서비스를 통해 성장해왔다. 2014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우수실험실운영기준(GLP) 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CRO 부문에서는 강소업체로 손꼽힌다.

박 대표는 “반려동물의 경우 사람과 생활 사이클이나 음식이 비슷하기 때문에 특정 환경에서 사육된 기존 동물 시험과 달리 확실한 임상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로엔 측은 반려동물 대상 임상 서비스를 ‘트랙스(TRACS)’라는 자체 브랜드로 상표 출연할 예정이며 지금까지 3차례의 임상을 진행했다. 나아가 자회사인 벡스퍼트를 통해 전문동물용 의약품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박 대표는 “미국의 반려동물 중 100만마리가량이 암 관련 질환에 시달리는데 연평균 지출하는 비용이 평균 3,000달러가량”이라며 “미국의 화이자나 머크 외에 유럽의 사노피노 노바티스와 같은 대형 제약사들은 이미 동물의약품 시장 공략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인 벤트노시스에 따르면 반려동물 건강관리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으로 239억달러에 달하며 연평균 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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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엔의 매출도 껑충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표는 “지난달에만 반려동물 임상시험으로 11억원어치의 계약을 성사시켰다”며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가량 증가한 50억원 수준, 올해는 100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수의학 박사 출신으로 현재 7명의 수의사 자격증을 갖춘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다음달에는 서울대 수의과대학과 협업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며 한국화이자에서 마케팅본부장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미국 시장 진출도 꿈꾸고 있다.

다만 반려동물을 실험용으로 쓴다는 일각의 곱지 못한 시각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박 대표는 “신약개발 시 사람 대상의 임상이 필수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 대상 임상도 동물의약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며 “반려동물을 통한 임상시험은 각 동물병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이며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원=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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