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연매출 4조원,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국내 인터넷 기업으로서는 처음이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자율주행차 등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의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액 4조226억원, 영업이익 1조1,020억원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고 26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3.6%, 영업이익은 32.7% 늘어나 영업이익률이 27%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네이버가 영업이익률 30%를 달성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광고 등 사업이 기반을 잡아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구조”라며 “자회사인 라인에서 지난 2년간 연간 1,100억원 수준으로 잡혀 있던 스톡옵션 보상 비용도 사라지면서 영업이익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해외영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4·4분기 네이버의 해외 매출은 3,726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26.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하는 규모다. 네이버가 이제는 내수기업이라는 틀을 벗고 해외시장을 겨냥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네이버는 라인과 공동으로 고객의 일상관리를 챙겨주는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일명 ‘프로젝트J’)를 준비 중인데 이르면 상반기부터 이를 매개로 한층 다각적인 수익창출의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 발표용 컨퍼런스콜을 통해 “상반기 중에 AI스피커가 출시될 수도 있다”며 “(AI스피커 등과 연동해) 스마트홈이나 스마트자동차 등 일상생활에서 밀접하게 활용되는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내정자도 AI기술을 기반으로 한 네이버의 웹브라우저인 ‘웨일’에 대해 시험판(베타버전) 운용을 진행한 뒤 한층 완성도 높은 브라우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현안 과제는 라인의 성장이다. 라인은 지난해 4·4분기에 3,844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17.6%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증시 관계자들 이 같은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평가를 해왔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자체는 더할 나위 없이 사업을 잘 해내고 있지만 라인이 일본 이외 지역에서는 아직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고 있다”며 “앞으로 라인의 활약에 따라 해외매출도 늘고 네이버에도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앞으로 네이버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지난해 4·4분기 실적만 봐도 매출의 75.8%(8,219억원)가 광고부문에서 창출됐다. 이는 스마트폰 등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모바일 광고매출이 급성장하며 효자노릇을 한 덕분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콘텐츠 등 비광고 분야의 상품 연구개발과 마케팅 능력이 구글과 같은 해외 강자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콘텐츠 경쟁력 확보는 전세계 어느 기업도 홀로 이루기 힘든 만큼 네이버 역시 국내외 유망 기업들과 손잡고 열린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한층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