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대선주자 공약 검증]수출 대신 너도나도 "소득증대" "창업활성"...성장방법론은 '모호'

■성장방안 들여다보니

문재인 '국민성장'·안철수 '창업국가'·이재명 '뉴딜'...

방향 설정 공감대 불구 정부 주도식 접근·구호 애매해

남경필 '공유경제'·반기문 '따뜻한 시장경제'도 물음표



2%대로 주저앉은 국가 경제 성장동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해법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잘살게 하겠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동안 언제나 한자리를 차지했던 수출 주도 대기업 성장에 기댄 경제활성화 방안을 내놓는 후보는 한 사람도 없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담론이 경제 권력의 민주화 자체를 목표로 삼았다면 이번에는 경제민주화를 수단으로 전 국민의 소득 증대까지 나아갔다. 이 같은 방향 설정에는 다수의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방법은 여전히 숙제다. 정부가 주도하는 과거식 접근에 머무르거나 아예 모호한 구호로 버티는 후보도 있다. 그나마 성장론에 대한 구상이 뭔지 파악조차 힘든 후보도 있다.

◇문재인·이재명, 국민 소득 늘려 내수 살린다=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국민성장론’을 통해 국민이 가계부채나 세금 등을 빼고 실제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로 돌아서게 하면 내수가 살아나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가처분소득을 키우기 위해 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를 줄이고 생활비를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문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은 국정농단 사태로 사실상 비리의 온상임이 드러났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내세운 경제민주화만 갖고는 성장을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가처분소득을 증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전문가들도 수긍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가처분소득 감소가 수요를 줄이고 그로 인해 경기 침체가 이뤄지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문제의식 자체는 타당성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가처분소득 증대가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담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근로자 임금 상승은 기업과 근로자 간 계약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국가가 직접 개입할 수 없다. 그나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 대표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대한 고민은 더더욱 보이지 않는다. 결국 국가가 예산으로 지원하거나 세금을 줄여주는 개입 이외의 방법을 찾기 어렵다. 이 성남시장은 지난 1930년대 미국 정부가 대공황 해법으로 시행한 뉴딜 정책을 한국식으로 풀겠다는 생각이다. 가처분소득을 확대하겠다는 이 시장은 대기업에 대한 증세와 노동권의 강화,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을 임금에 투입하도록 강제하는 방식을 착안했다. 수단의 강제성 자체도 비현실적인데다 실제 추진하려고 해도 국회의 입법 반대나 대기업들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할지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창업 강조한 안철수·유승민=직접 창업을 해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경제학자 출신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창업을 성장론의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같은 출발선, 공정한 경쟁, 실패 시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하는 창업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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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주장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과 흡사하지만 경제활동이나 연구를 해보지 않은 박 대통령에 비해 내용이나 문제의식이 구체적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이 이미 창업 주도 성장을 가꿔가고 있고 국내의 대기업조차 상위 4개와 나머지 간 양극화가 심해지는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성장론으로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많은 벤처기업들이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해외의 벤처는 창업할 때부터 전 세계를 시장으로 치밀하게 구상하는데 국내의 벤처 창업자 대부분은 그저 잘 팔리는 애플리케이션 유행에 따라 정부가 요구하는 서류조건을 갖추기만 하면 돈을 타낼 수 있다”면서 “정부가 예산 지원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창업 생태계가 발전한다”고 지적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연구원장은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에서조차 창업 아이템이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창업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능력이 없다, 결과론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라면서 “마음껏 창업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정책 장점 살린 안희정, 지방자치단체·국제기구 경험 내세운 남경필·반기문=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새로운 성장론을 내놓지 않아 반포퓰리즘이라는 신선함을 안겼다. 그는 진보·보수를 떠나 역대 정부가 내세운 성장론은 모두 치열한 연구 끝에 나온 방향인 만큼 장점만을 살려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년에 한 번씩 달라지는 경제성장론이 불필요한 행정낭비와 장기적인 정책효과를 갉아먹는다는 생각에서다. 다만 치열한 대선 국면에서 본인만의 키워드가 없다는 점은 다른 후보에게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공공플랫폼을 민간이 이용하는 공유경제를 성장론으로 담았다. 실제 경기도지사에서 활용한 정책으로 이를 통해 일자리 등을 만들었다는 게 남 후보의 설명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기구 경험에서 배운 선진국의 경제성장 사례를 함축해 따뜻한 시장경제를 내걸었다. 4차 산업혁명을 육성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폐지하되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다만 두 후보 모두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는다. /임세원 권경원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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