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권 경쟁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반 전 총장의 사퇴가 여권 후보 단일화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반 전 총장의 지지층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제3 지대로 흘러가거나 반 전 총장과 동향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신(新)충청 대망론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다. 문 대표는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내각 추천을 받겠다고 밝히는 등 민심 다잡기에도 나섰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꿈이룸학교에서 진행된 4차 산업혁명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반 전 총장이 보여주신 각오에 비춰보면 뜻밖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좋은 경쟁을 하려고 하는데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 불출마 선언 이후 펼쳐질 대권 구도 전망에 대해서 “한국 정치가 많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구체적으로 구도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분명한 것은 정권교체냐 아니냐, 정치교체를 하고자 하는 후보와 정권을 연장하고자 하는 후보 간의 대결이 될 것은 분명하다”며 “그것을 대비해서 국민들의 압도적인 민심이 정권교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답했다.
문재인 캠프 내에서는 반 전 총장의 사퇴가 문재인 대세론이 견고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지만 보수집결이나 제3 지대 확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문 전 대표를 돕고 있는 전병헌 전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의 사퇴가 예상됐지만 다소 앞당겨진 느낌”이라며 “설 이후 문재인 대세론이 확산 되면서 반 전 총장이 부담을 느낀 것이다. 보다 겸손한 자세로 문 전 대표가 행보를 이어간다면 문재인 대세론이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문 대표는 이날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 과 관련해 SNS를 통해 일반 국민들로부터 직접 입각 대상자들에 대한 추천을 받겠다는 차기 내각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문 대표는 “당으로부터 추천받기도 하고 당뿐 아니라 일반 국민을 상대로 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추천받을 수 있다”며 “전부 다 확정은 안 되더라도 대체로 어떤 분들과 국정을 운영할 건가에 대해서는 대강의 모습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