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민화의 4차 산업혁명] 효율·혁신의 선순환 전략 필요

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

<18>대-중소기업 상생

대기업 위주 정책 한계 봉착

선진국 추격 전략서 벗어나야

기업가형 창업 지원 늘리고

대-중기 상생형 M&A 유도를



4차 산업혁명은 선순환 혁명이다. 한국의 대기업 중심의 추격자 전략이 대·중소기업이 선순환 발전하는 탈추격 전략으로 전환돼야 4차 산업혁명이 가능하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까지의 대기업 중심의 효율 전략을 가입 이후에는 효율에 혁신을 더하는 선순환 상생 전략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추격에서 탈추격으로의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은 ‘효율과 경쟁’에서 ‘혁신과 협력’으로의 전환이다. 대한민국은 정부와 대기업 중심의 추격자 전략으로 1차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대기업은 원가를 쥐어짜는 갑을 구조의 하청관계로 국제경쟁력을 제고해왔으나 기대했던 낙수효과는 없었다. 중소기업 임금은 세계 최고의 노동시간에도 불공정한 대·중소기업 거래로 대기업 임금의 절반에 불과해 중소기업은 청년들이 외면하는 일자리가 됐다. ‘효율과 경쟁’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과거의 성공 전략인 추격 전략의 답습은 국가 성장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1위에서 26위로 계속 추락하고 있다. 이제 혁신을 이끌 중소 벤처기업이 국가의 성장과 일자리의 주역으로 등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류 국가의 조건은 중소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60%를 넘어야 하는데 한국은 50%를 하회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기업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대·중소기업의 상생 발전이 탈추격 전략이다.

모든 창업이 국가의 성장과 고용에 기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구즈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의 연구 결과다. 생계형 창업이 아니라 기업가형 창업이 요구된다. 그런데 한국은 생계형 창업은 지나치게 과다하고 기업가형 창업은 과소하다. 창업 활성화의 핵심은 과도한 창업 지원이 아니라 미국과 같이 정직한 실패를 지원하는 재도전 기업가 정책에 달려 있다. 또 창업과 더불어 사내 벤처 활성화 정책도 산업 혁신의 한 축이다.


탈추격 전략은 효율 단독이 아니라 혁신과 효율의 순환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이 수출과 내수 모두에서 침체돼 저성장 양극화로 가고 있는 것은 혁신과 효율을 순환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창업기업인 스타트업의 혁신이 스케일업이라는 시장 효율을 획득하는 대안은 △글로벌화 △인수합병(M&A)이 있다. 질적 혁신이 양적 효율과 결합해야 성장과 고용이 증가한다. 선도국가의 일자리는 대기업 단독이 아니라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으로 대부분 창출돼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기술지원 위주에서 시장 창출 중심의 중소벤처 정책으로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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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의 혁신과 대기업의 효율이 순환하지 못하면 대기업은 혁신을 통한 신성장 동력을 얻지 못하고 중소·벤처는 글로벌 시장 진입이 어려우며 투자가들은 투자자금 회수가 힘들다. 현재 한국의 산업 생태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대기업의 효율과 중소·벤처의 혁신이 순환하는 상생형 M&A의 부진이다. 미국은 전체 창업기업 투자 회수의 90% 이상을 M&A에 의존하는데 한국은 3% 미만이다. M&A 거래 시장이 형성돼 탐색 비용과 거래 비용을 축소하기 위한 세제 지원이 요구된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기업과 벤처의 M&A와 투자 장터의 역할로 전환되는 것이 여러 가지 현실적 대안 중 하나다.

한편 탈추격 전략의 혁신과 협력 패러다임은 공정한 신뢰가 기반이다. 신뢰는 반복되는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환경 확립에서 형성된다. 대·중소기업의 공정거래 문제와 관련해 단가 인하, 구두 발주 등 개별 현상적 측면의 접근은 생태계의 건강성을 본원적으로 개선하지 못한다. 대기업이 피해갈 수 있는 대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본원적 해결 방안은 △신고 활성화 △협상력의 균형 확립에 있다. 공정거래 법질서 확립은 탈추격형 국가로의 성장과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반드시 요구되며 대기업의 지속 가능한 혁신의 전제 조건이다.

대기업과 중소벤처의 상생 생태계 구축이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이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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