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최소 1년 이상 끌고 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이 당장 한국을 타깃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환율조작국 지정 등을 단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전 세계 교역이 위축되는 간접경로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1일 이시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김준경 원장 주재의 기자간담회 발표자로 나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최소 1년 이상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본적으로 보호무역은 미국 경제에도 ‘독(毒)’이다. 수입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물가가 올라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고 기업 경쟁력 하락,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 무역전쟁도 불확실성을 높여 달러강세, 수출 둔화로 연결된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워낙 견고하고 대외의존도도 높지 않아 보호무역의 부정적 효과가 가시화하는 데는 1~2년의 시간이 걸린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유세에서 중국 때리기, 보호무역 등을 호언장담하고 내년 중간선거도 예정돼 있어 1~2년간 보호무역 조치를 밀어붙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교수는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이 상존하지만 이를 주도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당장 북미자유무역협정(NATFA·나프타)에 집중할 것”이라며 “한미 FTA 재협상 문제가 가까운 시일 안에 불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조작국 지정 역시 우리 외환당국이 최근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원화절상 개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그러나 이 교수는 “우리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세계 교역량이 줄어드는 ‘기침’만 해도 ‘독감’에 걸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경제에)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고 평가했다.
이날 이 교수는 “한미 FTA 재협상이 현실화하면 자동차 부문이 0순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우리는 자동차 부문(부품 포함)에서 미국으로부터 약 20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은 한국산 철강에 60%의 상계관세를 부과했다”며 “철강과 섬유 부문의 대응방안도 마련해놓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재협상이 없더라도 미국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수입품에 150일 동안 15%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에는 ‘미국인을 고용하라(Hire Americans)’ 정책의 일환으로 고용 및 투자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