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위태로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소비가 2개월 연속 줄면서 내수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수출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3개월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12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과 같은 수준(0.0%)을 유지했다. 산업생산은 지난해 9월 0.9%, 10월 0.4%로 뒷걸음을 치다 11월 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12월에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광공업은 석유정제·반도체 등이 늘었으나 전자부품·금속가공 등이 줄어 전달보다 0.5% 감소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0.8%포인트 하락한 73.0%를 기록했다. 수출 회복세(6.4%)에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설비투자(3.4%)가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소매판매가 11월(-0.1%)에 이어 -1.2%를 기록해 두 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승용차 등 내구재는 증가세가 나타난 반면 의복 등 준내구재, 차량 연료 등 비내구재 판매가 줄었다.
지난해 연간 산업생산은 전년보다 3.1% 늘었다. 이는 2011년 3.3% 증가한 후 5년 만의 가장 큰 폭이다. 하지만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4%를 기록했다. 2011년 80.5%를 기록한 후 5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67.6%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최장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앞이 캄캄했던 수출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희망의 불씨를 키웠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수출은 전년 대비 11.2% 증가한 403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은 18.6% 뛴 371억달러다.
수출은 지난해 11월 2.3% 반등한 후 3개월 연속 늘었다. 수출이 3개월 연속 늘어난 것은 2014년 4월 8.9% 이후 33개월 만이며 증가액 기준 2012년 2월 20.4% 이후 5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루 평균 수출액은 16.4% 증가한 18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1년 8월 이후 65개월 만의 최대 폭이다. 수출 제품 가격은 5.7% 올라 2개월 연속 늘었고 수출 물량(5.2%)도 한 달 만에 다시 반등했다.
수출 증가율이 급등세를 보인 것은 단일품목 중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반도체 효과가 컸다. 반도체 수출액은 수요가 늘고 단가가 오르며 무려 41.6% 증가한 61억1,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석유 제품도 유가 상승 등에 힘입어 67.4% 늘었고 석유화학도 업황 개선으로 34.9% 증가했다. 평판디스플레이(20.8%)와 철강(8.5%), 일반기계(8.0) 수출도 호조세를 보였다.
정부는 이번 수출 증가율이 기저효과에 의존하던 기존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바닥이던 지난해 1월이 아닌 2015년 1월(약 52억달러)과 비교해도 12억달러 가까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복세 진입으로 보기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연구부장은 “수출이 회복세를 이어가도 내수가 받쳐주지 않으면 경기가 회복되기 어렵다”며 “수출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추세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구경우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