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법원 제동...법무부 항소...美, 깊어지는 反이민 갈등

시애틀 연방법원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

"끔찍한 결정" 트럼프 휴가중 트윗 통해 맹비난

트럼프 트윗트럼프 트윗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과 비자 발급을 일시 금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서 일단 저지당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후퇴는 없다’며 항소를 제기함에 따라 이민정책을 둘러싼 미국 내 분열과 미국·이슬람권 간 갈등의 골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시애틀 연방 지방법원 제임스 로바트 판사는 이날 이슬람권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제한한 대통령 행정명령의 효력을 미국 ‘전역’에서 잠정중단하라고 결정했다. 로바트 판사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워싱턴 주가 집회로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며 이 같은 결정을 밝혔다. 이는 지난달 30일 워싱턴주가 “반이민 행정명령은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되며 지역 경제와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면서 연방법원에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지 나흘 만이다. 앞서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법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법도 행정명령 이행금지 명령을 내렸으나 이는 가처분이 제기된 주에만 한정되는 결정이었다. 미국 전역에서 행정명령을 중단하라는 결정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송을 주도한 밥 퍼거슨 워싱턴주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결정을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으며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이라크·시리아·이란·수단·리비아·소말리아·예멘 등 테러 위험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 및 비자 발급을 90일 동안 금지하고 난민 입국을 120일 동안 불허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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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법원 결정으로 미 국무부는 비자가 취소된 6만 여명의 입국을 허가했으며 국토안보부도 행정명령에 따른 모든 조치를 유보했다. 항공사들도 이슬람 7개국 국적자의 탑승을 다시 허용했다.

법원의 결정에 트럼프 정부는 즉각 반발하며 소송을 통한 뒤집기에 나섰다. 미 법무부는 이날 시애틀 연방지법의 결정은 무효라며 연방 항소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휴가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5건가량의 트윗을 연달아 날리며 법원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그 누구든, 심지어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까지도 미국에 들어올 수 있을 때 무슨 일이 닥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판사가 (입국) 금지를 해제했기 때문에 불량하고 위험한 많은 사람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올지도 모른다. 정말 끔찍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미국인들의 찬반 의견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미 CBS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지지율은 45%, 반대율은 51%로 집계됐다. 표본오차(±4%포인트)를 감안하면 우위를 가리기 힘든 수준이다. CBS는 “설문조사에서 중간적 응답을 선택한 사람이 이례적으로 적었다”며 “미국이 정치노선에 따라 극명하게 쪼개졌다”고 전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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