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정치셈법에 또 내팽개쳐진 민생법안] '노동3법·서비스법·규제프리존법' 통째 무산 위기

노동3법

"현정권 성과에 뭐하러..." 野 심사목록서 제외

서비스산업발전법

'보건·의료 영리화 가능성' 놓고 여야 공방 여전

규제프리존특별법

野 "충분한 심의기간 필요"...2월처리 불가 입장

지난 1일 오후 4당 원내대표가 정책 관련 회동을 갖고 “파견법을 제외한 노동 3법 처리를 전향적으로 검토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 합의는 불과 하루 만에 환노위 간사협의에서 각 정당의 당리당략에 따라 뒤집어졌다. /연합뉴스지난 1일 오후 4당 원내대표가 정책 관련 회동을 갖고 “파견법을 제외한 노동 3법 처리를 전향적으로 검토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 합의는 불과 하루 만에 환노위 간사협의에서 각 정당의 당리당략에 따라 뒤집어졌다. /연합뉴스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여야가 정치공학의 주판알을 튕기느라 민생을 뒷전으로 내팽개치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각종 경제지표가 바닥을 맴도는 가운데 성장률 제고를 위한 획기적인 조치 없이는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 같은 행태는 더욱 뼈아프다. 정치권의 대선 셈법 속에서 노동개혁은 물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3대 경제활성화법’은 통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본지 2월3일자 6면 참조


■노동3법

노동개혁 무산의 표면적인 이유는 바른정당의 반대지만 각 정당의 속내는 좀 더 복잡하다.

우선 새누리당은 애초에 파견법은 물론 기간제법 개정안까지 포함한 ‘5법 패키지 처리’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기간제법에 이어 파견법까지 제외돼 법안 묶음이 누더기로 전락하면서 협상에 의욕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파견법·기간제법 제외 방침을 결정하기 전까지는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과 마찬가지로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파견법·기간제법과 근로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3법을 동시에 처리해야 노사에 골고루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렇다면 파견법·기간제법을 뺀 3법만 협상 테이블에 올렸음에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왜 바른정당을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심사목록 제외에 동의했을까. 여기에도 대선 정국의 셈법이 숨어 있다.

일단 노동개혁은 현 정권의 핵심 국정과제인 만큼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야당의 협조 여부와 무관하게 박근혜 정부의 몇 안 되는 성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야권으로서는 3~4개월 안에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마당에 여기에 힘을 보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울러 정권이 교체되면 보다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성과연봉제 폐지 등 다양한 노동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관련 법 처리 시 현재 일부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근로시간 단축 공약 등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각 정파의 당리당략에 발목 잡혀 실업급여 인상(고용보험법), 산재 범위 확대(산재보험법), 근로시간 단축(근로기준법)처럼 근로자들을 위한 법안 처리만 또다시 물 건너간 셈이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 여가 보장’과 ‘추가 고용창출’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방안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와 지금은 야당의 위상 자체가 다르지 않느냐”며 “정치권이 진보·보수가 따로 없는 경제·민생현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화와 타협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파견법 등을 제외한 노동 3법 처리가 불발된 것에 대해 “일단은 다행”이라면서도 산업계의 불확실성 가중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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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 즉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여부와 관련한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상황에서 입법부가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사업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정부가 5년마다 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서비스업 분야를 확대해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제조업에만 지원이 집중됐지만 자금·인력·기술·창업·연구개발 등 모든 분야에서 서비스업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기본법이다. 이 법안은 지난 2012년 처음 발의된 후 무려 5년 가까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권은 여전히 보건·의료 영리화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광온 의원은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보건·의료산업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협의가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의료 공공성과 관련한 핵심내용을 바꿀 경우 의료법과 건강보험법을 개정해야만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어 타협의 여지를 좀처럼 찾지 못하는 형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제약,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국제의료 진출 등을 모두 포함하는 보건·의료산업은 세계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라며 “서비스산업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해 내수도 살리고 일자리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프리존특별법

지역별 전략산업과 신(新)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특별법도 사정이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법의 주요 뼈대는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서 신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이 장벽 없이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인허가기간 단축 등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것이다.

현재 야권은 규제프리존특별법과 관련해서는 충분한 심의기간이 필요하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는 처리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국민의당 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이 법은 기재위 외에 다른 상임위의 소관 사항인 67개의 법률을 특별법 하나로 규제를 해소하는 이례적 입법”이라며 “총 68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법이 제정되면 각 상임위의 관련 법안에 영향을 미치니까 상임위별 의견서를 보내놓은 상태”라며 “2월 처리는 일정상 힘들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활성화법에 국한하면 2월 임시국회가 또다시 ‘빈손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반면 야권이 추진하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과 일부 개혁입법은 국회 문턱을 넘을 확률이 높다. 우선 여야는 전자투표제 의무화와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식이다. 기업의 불법행위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 기업의 배상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여야가 적정한 수준에서 합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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