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김모씨는 지난 2013년 롱쇼트 헤지펀드에 투자했다가 20%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 당시만 해도 다소 생소했던 ‘롱쇼트’ ‘헤지펀드’ ‘절대수익’이라는 키워드가 그럴듯해 보였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비싼 돈 주고 교훈을 얻은 셈”이라고 후회하며 최근에는 신중하게 투자 대상을 선택하고 있다.
‘헤지펀드 명가’로 불리던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부진을 틈타 신생 운용사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씨스퀘어자산운용은 지난해 6월 선보인 ‘씨스퀘어 드래곤멀티전략’ 펀드로 현재까지 10.23%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다양한 헤지펀드 투자전략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절대수익을 쌓은 덕분에 이달 말 사모펀드의 가입 제한 인원인 49인을 모두 채우고 조만간 ‘드래곤멀티전략 2호’ 펀드도 모집할 계획이다. 황준일 씨스퀘어자산운용 마케팅팀장은 “2호 펀드는 보다 안정적인 전략을 가미한 상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펀드를 설정한 지 6개월 만에 약 34%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 순식간에 헤지펀드 업계 수익률 1위로 떠오른 트리니티자산운용은 최근 2, 3호 헤지펀드를 300억원 규모로 모집하고 있다. 첫 펀드인 ‘트리니티 멀티스트레티지’와 마찬가지로 멀티 전략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프라이빗뱅커(PB)들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주류였던 롱쇼트 헤지펀드들의 성적이 부진해 요즘은 추천하기도 부담스럽다”고 전한다. 한때 연 20% 이상 수익을 냈던 ‘대신 에버그린롱숏’, ‘브레인 한라’ 등의 롱쇼트 헤지펀드는 최근 누적수익률이 -20%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물론 ‘신한BNPP한국주식롱숏(누적 수익률 12.85%)’처럼 롱쇼트라도 수익률이 탄탄할 수는 있지만 롱쇼트가 절대수익을 보장할 것처럼 받아들여지던 시기는 지났다는 얘기다.
기존 운용사들 몇몇이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는 사이 이들의 빈자리는 신생 운용사들이 채우고 있다. 특히 멀티전략이나 메자닌 헤지펀드 등이 대세다. 메자닌 펀드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해 원금을 보장받으면서도 향후 주가가 오를 때 주식전환권이나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도 얻을 수 있어 인기다. LK자산운용의 ‘LK메자닌’은 5개월여 만에 13.74%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기대보다 못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기업공개(IPO)를 활용한 헤지펀드도 꾸준히 인기다. 보고펀드운용의 ‘보고알파플러스공모주’는 지난해 3월 설정 이후 현재까지 16.58%의 성과를 올렸다. 비슷한 시기 설정된 ‘웰스공모주’도 누적 수익률이 28.62%에 달한다. 이에 힘입어 벤처캐피털(VC) 투자보다 안전하면서도 일반 공모주 투자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는 프리 IPO 헤지펀드로도 인기가 번지는 중이다. 대표적인 헤지펀드가 아이온자산운용의 ‘아이온 니케’ 등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과거 성과로만 펀드에 가입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언형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차장은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의미”라며 “운용역이나 편입 자산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