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유럽서 '美 트럼프 데자뷔?'...르펜發 세계 금융시장 요동

르펜 佛대선레이스 선두 부상

깜짝 승리 가능성에 시장 불안

유로화·국채 가치 떨어지고

원·달러 6원 올라 1,144원



글로벌 금융시장이 프랑스발 ‘르펜 리스크’에 요동치고 있다. 프랑스의 극우주의 정치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당수가 대선 레이스에서 선두로 급부상하자 시장에서는 유럽에서 미 대선의 데자뷔 현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급속도로 확산되며 채권·외환·상품 가격이 전방위로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언웨이가 6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는 4월23일로 예정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국민전선의 르펜 당수가 26%, 신당 ‘앙마르슈’의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이 23%를 얻어 결선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때 유력 대선주자던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는 가족들을 보좌관으로 허위 채용해 세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지지율이 20%로 고꾸라졌다.


전날 지지자 3,000명과 대선 출정식을 연 르펜 당수는 ‘라 프랑스 다보르(La France d’abord·프랑스 우선주의)’를 내걸고 지지를 호소하며 여론몰이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는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시행, 보호무역주의 강화, 이민자 80% 축소 등을 공약으로 제시하며 ‘프랑스판 도널드 트럼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르펜 당수가 5월7일 결선 투표까지 승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크롱 전 장관 등 다른 후보들과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그가 막판 세를 몰아 ‘깜짝’ 승리를 거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지난해 4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국민투표, 11월 미 대선 결과에 대한 시장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전례가 있어 혹시 벌어질지 모를 변수를 대비해야 한다는 시장의 불안심리도 극에 달하고 있다.


르펜발 공포가 금융시장에 확산되면서 프랑스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6일 18개월 만에 최고치인 1.136%까지 치솟았으며 안전자산인 독일 10년물 국채와의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2012년 11월 이후 최대 폭인 0.778%포인트로 확대됐다. 주요 10개 통화 대비 유로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 유로 인덱스도 7일 한때 약 1달 만에 최저치인 847.0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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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르게 하락하던 원·달러 환율도 반등에 성공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6원40전 오른 1,144원30전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5원 이상 오른 것은 지난달 19일 이후 처음이다. 르펜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유로화 대비 강세를 보였던 게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렸다.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금·엔화 등 안전자산 쏠림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일 4월물 금 가격은 미 대선 직후인 지난해 11월10일 이후 가장 높은 온스당 1,232.1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7일 엔화 가치도 오전 한때 달러당 111.60엔까지 올라 약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시장에서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채권값이 상승해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전거래일 대비 2.1bp 내린 1.641%에, 10년물은 2.2bp 하락한 2.134%에 장을 마쳤다.

한편 정치 불안이 프랑스뿐 아니라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들로 빠르게 번지고 있어 금융시장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에서는 EU 탈퇴, 유로화 퇴출을 주장하는 제1야당 오성운동이 상반기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총선을 앞두고 집권당인 민주당(PD)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3일 여론조사기관 익세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1야당인 오성운동의 지지율은 30%를 기록해 집권당인 민주당(PD)과의 지지율 격차가 1%포인트에 불과했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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