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합법적인 이민 규모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자는 이민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중동·아프리카 지역 7개 국가 출신자들의 입국을 일시적으로 금지한 반 이민 행정명령보다 더욱 강력한 것이다.
8일(현지시간) CNBC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공화당의 톰 코튼(아칸소), 데이비드 퍼듀(조지아) 상원의원은 전날 발의한 ‘고용 강화를 위한 미국이민 개혁법안(Reforming American Immigration for Strong Employment Act·RAISE)’을 통해 영주권 취득자 수를 지난 13년간의 연간 평균인 5만 명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법안의 핵심은 시행 첫해에 현재의 41%로 이민 허가 규모를 줄이기 시작해 마지막 해인 10년 후에는 50% 삭감을 목표하는 데 있다. 시행될 경우 2015년 기준으로 약 105만1,031명이던 영주권 취득자 수가 10년 후에는 53만9,958명으로 쪼그라든다. 또한 최근 5년간 5만 명 미만의 미국 이민자 수를 기록한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해 온 ‘추첨 영주권’ 제도를 없애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가족초청 이민 제도의 대상을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의 배우자와 21세 미만 자녀 등 직계비속으로 제한하고 있어 이민 허용의 범위가 대폭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부모·조부모나 형제·자매, 21세 이상 자녀들도 적용 대상이었다. 다만 이 법안은 전문직 취업비자를 비롯해 미국에서 노동활동을 할 수 있는 비자의 수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코튼 상원의원이 이 법안의 발의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상의했다고 밝힌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규제 정책을 행정부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본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퍼듀 의원과 코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올해 안에 상원 표결이 실시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교육수준이 낮은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에 대한 경쟁을 해소하고, 고숙련 기술인력의 미국 이주를 돕는 것”이 법안의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