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전 통일부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3년 독일 드레스덴 연설에서 언급한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을 기자회견장에서 처음 들었고 사전에 자신과 상의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권 초대 통일부 장관인 그는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 당시에도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류 전 장관은 9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아마도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책을 소개받고 (대통령이) 그 말씀을 하신 것 같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 후에도 한 번도 청와대에서 통일부에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씀이 어떤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중요한 캐치프레이즈가 어떻게 장관과 상의 없이 나갈 수 있는가 희한하게 느꼈다고 했다.
이어 류 전 장관은 “외교·안보·통일·대북 정책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거쳐 결정하게 돼 있다”며 “하지만 박근혜 정권에서는 그런 과정들이 밀도 있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어떤 정책이든지 두 세 가지 정도의 옵션으로 선택지가 좁혀지기 마련”이라며 “최종 선택을 하기까지의 과정에 얼마나 충분한 숙의가 진행됐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류 전 장관은 박근혜 정권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 대해서는 “착잡하다”며 재가동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라는 근본적인 맥락에서 보면 (개성공단은) 다시 열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한 안보적인 압박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통일에 대해 국제사회에 얘기할 게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아니지만 앞으로 논의를 할 때에는 좀 더 큰 틀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창욱 인턴기자 ycu09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