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섭(사진) 카이노스메드 대표는 연구원이나 교수 출신이 주를 이루는 여타 바이오벤처 창업자들과 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건설사 직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 컴퓨터칩 제조사 부사장, 미국 정보기술(IT) 업체 대표 등을 거쳤다. 지난 2007년에는 바이오 업계의 미래 성장성에 기대를 걸고 신약 개발업체인 카이노스메드를 창업했다. 카이노스메드는 이후 중국에 에이즈 치료 후보물질 및 2건의 항암제 기술을 수출하는 등 창업 10년 만에 주목받는 회사로 성장했다. 바이오 전공자가 아닌 이 대표가 바이오 업계에서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사업모델을 잘 만들어 놓은 후 바이오 분야를 잘 아는 인재를 영입했던 것이 성과를 낸 비결”이라고 밝혔다. 실제 카이노스메드는 창업 당시 미국 바이오벤처인 트라이메리스에서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Fuzeon)’ 개발을 주도했던 강명철 박사가 공동 창업자로 참여했다. 강 박사는 이 대표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현재는 미국에서 바이오벤처 업체의 고문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창업 초기 5년간은 위기가 많았다. 신약 후보물질은 개발하지 않고 임상 단계부터 상업화에 초점을 맞추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모델을 남들보다 앞서 도입했으나 성과가 미진했다. 이 대표는 “창업 당시 미국에서는 NRDO 모델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고 있어 국내에 이를 도입했지만 국내 기관의 연구(Research) 부문 성과가 미약한데다 이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이 침체됐다”고 밝혔다.
사업가로서의 역량은 되레 위기에서 빛났다. 2012년 신약 후보물질을 내부에서 개발해 임상 단계부터는 외부에 맡기는 지금의 모델로 전환했다. 앞서 도입했던 NRDO의 정반대 모델인 셈이다. ‘타미플루’ 개발에 참여한 길리어드 연구원 출신인 김정은 박사의 영입이 이 같은 사업모델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이 대표가 이후 주목한 곳은 대표적 ‘파머징(Pharmerging) 시장’인 중국이었다. 이 대표는 “중국은 아직 신약 개발의 기초 부분이 약하기 때문에 해외 신약 후보군에 대한 수요가 큰 편”이라며 “중국의 임상 능력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으나 주요 파트너인 에이디어바이오텍은 길리어드 같은 글로벌 제약사 출신의 연구원이 많아 기술력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중국 시장은 정부 주도로 의약품 도입이 많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해 카이노스메드가 선진국 시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 주효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대표는 최근 전 세계 신약 개발 시장의 대세가 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재 14명의 연구원이 면역항암제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 10월부터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파킨슨병 치료제 ‘KM-819’의 임상 결과에 따라 코스닥시장 상장도 계획 중이다. 이 대표는 “자체 신약 후보물질 개발과 외부 도입을 병행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넓혀나갈 것”이라며 “다만 시장성이 높은 파킨슨병 치료제 및 면역항암제는 연구뿐 아니라 개발까지 자체 진행해 미국과 같은 대형 시장에 기술수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판교=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