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 문제에 따른 중국 정부의 고강도 압박이 진행 중인 가운데 매일유업이 지난해 4·4분기 전년 동기 대비 2배 수준의 대 중국 분유 수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4·4분기 수출 증대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대 중국 수출 규모가 10% 이상 증가했다. 이 회사는 올해 500억원 수출에 도전하고 판매대상도 우유 등 신선제품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의 지난해 4·4분기 대 중국 분유 수출액은 164억원으로 2015년 4·4분기 84억원의 2배 수준을 기록했다. 연간 대 중국 분유 수출실적도 총 459억원으로 2015년(417억원)보다 10% 이상 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3·4분기까지 누적 수출액이 295억원에 그치는 등 전년 동기(333억원)에 비해 부진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에 따른 불똥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 됐으나 이를 단번에 불식시킨 셈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유통기한이 긴 분유 제품 특성상 자체 수요량을 예측해 발주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사드 영향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7년 영유아 조제분유 ‘매일 금전명작’ 출시와 함께 중국 수출을 개시한 매일유업은 현재 우리나라 대 중국 분유 전체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1등 기업이다. 내수가 침체되고 대체 먹거리가 늘면서 국내 우유시장이 침체 일로를 걷자 일찌감치 해외 분유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지난해 매일유업 전체 매출 1조2,491억원에 비하면 아직 수출 비중이 미미하지만 성장성은 가장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 2013년만 해도 15조5,000억원 가량에 불과했던 중국 분유시장 규모는 두 자녀를 허용하는 정책이 본격 시행되면서 지난해 20조3,000억원까지 급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매일유업은 시장 공략을 위해 2013년 프리미엄 매일궁을 내놓으며 영유아 조제분유 라인업을 확대한 것은 물론 조산아 분유, 식품단백알러지분유 등을 선보이며 특수분유 라인업도 구축했다. 2011년 설립한 ‘매일 모유연구소’ 이름도 중국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2015년 ‘아시아 엄마 모유연구소’로 개칭했을 정도다. 2007년 80만 달러로 시작한 수출액도 2008년 2,600만 달러, 2014년 3,100만 달러, 2015년 3,800만 달러로 매년 늘었다.
매일유업은 특히 올 6월 인적분할에 의한 지주사 전환이 마무리되면 각 계열사 경쟁체제를 발판으로 대중국 수출을 더 공격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올해부터 중국에서만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지난 1월에는 208억원을 투자해 현지 기업인 ‘정강투자공사’와 조인트벤처 ‘아모르매일유업유한공사’를 설립하기로 협약하고 우유 등 중국 신선 유제품 시장에도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유음료는 유통기한이 있어 직수출이 어려운 만큼 현지에 공장을 세워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단 한·중 관계 악화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는 여전히 변수다. 중국 식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은 자국 조제분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내년부터 모든 분유업체를 대상으로 3개 브랜드, 9개 제품만 중국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신제조분유법’을 시행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