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평한 운동장”을 언급하며 대중국 환율무역 압박 가능성을 부각시키자 중국은 고관세 부여 충격 여파 분석 등 무역전쟁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반덤핑 조사와 규제 강화, 벌금 부여 등의 맞불 카드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2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은 미국과 일방적인 짝사랑을 하고 있다”며 “아베 총리는 반 년간 네 차례나 미국을 갔지만 사실상 얻은 게 없다”고 언급했다. 신문은 이어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가진 트럼프와 시진핑 주석의 전화통화를 거론하며 “미국이 일본이라는 맹방을 버릴 수는 없지만 일본의 희망대로 중국과의 관계를 나쁘게 가져가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정상회담에서 환율과 무역 이슈와 관련해 “미국은 공평한 운동장에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 주목하고 미국이 조만간 무역 관련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홍콩 봉황망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일본의 공평한 경쟁을 강조했지만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꼬집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무역과 관련해 일본·중국에 큰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재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도 트럼프와 시 주석 간 전화통화로 양국 관계가 다소 진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미국이 조만간 무역 보복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구체적인 대비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징벌적인 보복관세와 환율조작국 지정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 수출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관세율 수준 및 충격의 규모에 대한 면밀한 조사에 착수했다”며 중국도 미국 기업에 대한 벌금 부과와 반덤핑 조사 등의 카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매체들도 미국이 관세 압박과 환율조작국 지정 등의 조치를 취하면 곧바로 중국 정부가 전방위 보복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영 인민일보는 “트럼프의 강압적인 외교 치킨게임은 미중 관계를 훼손하고 세계 질서를 망칠 위험이 있다”면서 “트럼프가 평지풍파를 일으키면 중국은 이에 대항해야 할 필요성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지난해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의료기기 업체인 메드트로닉에 반독점법 위반 등을 이유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며 미국에 경고 신호를 보낸 상태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미국에 취할 수 있는 전방위 보복조치로 미국 제품 수입 제한, 이란과의 교류 전면화,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 위안화 가치 절하 등을 꼽고 있다. 일부 중국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공약대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45% 관세 폭탄을 매기거나 중국과 대만이라는 양안(兩岸) 관계 이슈를 문제 삼을 경우 중국은 ‘미국 국채 감축’이라는 초강력 카드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대미 경제보복 카드로 애플의 아이폰과 보잉사 항공기 구매 제한,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제 등을 거론하고 있다.
훠젠궈 전 중국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장은 “미국 정부의 무역 보복조치 가운데 중국이 가장 취약한 고리가 어디인지 파악하는 것은 중국 정부 입장으로서는 매우 합리적인 예비 조치”라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