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업 출연금 다 못걷었냐"…최상목 비서관 화내자 전경련 상무 얼굴 벌개져

이소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사회공헌팀장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최상목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현 기획재정부 1차관)이 출연금을 낼 기업을 직접 지목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수영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 행정관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에서 미르재단의 이사진 명단을 전경련에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세세한 부분까지 청와대가 챙겼다는 정황이 더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11차 공판에서 이 팀장은 “최 전 비서관이 지난 2015년 10월21일 열린 청와대 1차 회의에서 재단에 출연금을 낼 9개 기업을 지정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9개 기업의 이름이 다 기억나진 않지만 최 전 비서관이 불러주는대로 노트에 받아적은 기억이 분명히 난다”고 말했다.


이 팀장에 따르면 전경련은 각 기업들이 분담할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도 최 전 비서관에게 보고해 승인받았다. 최 전 비서관은 “미르재단 사무실의 위치 1순위는 강남권 기업 사옥, 2순위는 전경련 회관, 3순위는 콘텐츠진흥원으로 해야한다”며 재단 설립을 주도했다고 이 팀장은 전했다.

특히 최 전 비서관은 2015년 10월23일 열린 청와대 3차 회의에서 전경련측이 기업들의 출연 약정서를 다 받지 못했다고 보고하자 화를 냈다고 이 팀장은 증언했다. 그는 “내 상사(이용우 전경련 상무)를 쳐다보니 입을 꾹 다물고 얼굴이 벌개져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행정관은 “최 전 비서관이 미르재단 이사진의 약력과 명칭, 로고 등을 안종범 수석실에서 받아 전경련에 전달한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르재단이 설립된 후인 지난해 초 청와대에서 안 수석지시로 미르재단의 사업인 에꼴페랑디에 대해 논의했다”며 “민간 재단인 미르재단 사업에 안 수석의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전 해정관은 “안 수석이 미르재단 사무실 후보지까지 가보라고 한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안 수석도 약간 이런 것 까지 해야하냐고 웃으면서 얘기할 정도여서 ‘수석도 어디(윗선)에서 지시 받는 듯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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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순실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와 검찰은 최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통화녹음 파일(일명 ‘고영태 파일’)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고영태 파일은 최씨의 수행비서 역할을 해온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통화 녹음 파일이다.

최씨측 변호인은 “김수현씨가 지난해 6월까지 자동 녹음한 2,000여 건이 수록된 CD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검찰이 고씨의 증인신문에서 내용을 알 수 없는 한두 개만 공개하고, 중요한 것은 준비되지 않았다며 (증거로)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녹음파일엔 고씨와 김씨, 류상영(더블루K 부장), 박헌영(K스포츠재단 과장), 최철(더블루K 대표)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라며 “이걸 복제하게 해 주면 내용을 전부 확인한 다음 증거로 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총 2,300여개의 녹음 파일 중 2,250개 이상은 김씨가 자동녹음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통화가 녹음된 것”이라며 “부모·친구·가족 등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사람들과의 대화내용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씨 녹음파일 중 고씨, 류씨, 박씨 등과의 대화 등 이번 재판과 관련성이 있는 녹음 파일만 추출했고 이를 토대로 이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며 “입증 자료로 관련성이 상당하다고 판단된 29개 파일에 대해 녹취록을 작성하고 따로 법원에 추가로 증거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씨 변호인 측은 “검찰에서 녹음을 들어보고 녹취록을 만들어 제시했으니 증거 동의 여부를 결정하라고 하지만, 우리는 녹취록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라며 “현재 갖고 있는 음성 파일을 법정에서 들어보자는 것이다. 지난번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고씨를 증인 조사할 때 제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종혁·박우인기자 2juzso@sedaily.com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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