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월세 가격 규제…정치가 아니라 시장서 풀어야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에 대한 국회 논의가 20일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시작된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은 9건에 달하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임차인에게 재계약 요구권을 주고 전셋값 인상 상한선을 두는 것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법안의 경우 임차인이 원하면 2년 단위의 전세계약 갱신을 1회에 한해 요구할 수 있고 재계약시 집주인이 전셋값을 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의 발의안은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 권한을 두 번이나 허용하고 전셋값은 5%를 초과해 인상할 수 없도록 했다. 야당은 이번 논의를 시발점으로 삼아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위한 여론몰이에 나설 모양이다. 이달 초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월 처리 ‘생활비 절감3법’ 중 하나로 전월세상한제 도입 등을 거론하며 이미 바람잡이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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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도 여기에 합세해 목소리를 높일 태세다. 이들은 서민 주거비 부담을 줄이려면 전월셋값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치솟는 전월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주거불안에 떨고 있는 서민들을 생각하면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시장논리 위배의 논란을 떠나 실효성이 낮다. 무엇보다 사적 계약에 정치가 개입되면 부작용만 키우기 십상이다.

임대기간이 연장되고 가격 인상률이 제한되면 집주인들이 미리 전셋값을 올리려 할 게 뻔하다. 집주인이 전세를 꺼리면서 월세 전환을 가속화해 되레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임대료 인상을 제한했다가 오히려 상승폭이 커지고 집주인과 임차인 간 분쟁·소송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독일·영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주택 임대료가 정치적 흥정 대상이 되면 시장이 파괴되고 결국 약자가 더 큰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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