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9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되던 9월 위기설 가능성에 대한 질의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다양한 불안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설은 단연코 근거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증시 폭락이 가계부채와 맞물리면서 외환위기급 재앙이 재연될 것이라는 게 9월 위기설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그 후 현재까지 ‘제2의 IMF’는 없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4월 위기설도 지난해 11월께부터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10년 주기 위기설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위기설은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 자주, 짧은 간격으로 나온다. 주된 근거도 미국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부실기업으로 비슷하다. 특히 위기설 앞뒤에는 투기세력의 공격이나 일방적인 외신 보도가 나오는 공식도 생겼다.
실제 지난해 3월에도 위기설이 있었다. 당시에도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 성장률 둔화 등이 주요 이유였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사실이 아님이 입증됐다. 증권가에서는 ‘3월 위기설 자체가 연초 증시 급락에 편승한 억지 논리로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2008년 ‘9월 위기설’에 불거져 당국이 진땀을 흘렸다. 그해 10월에는 파이낸셜타임스(FT)가 ‘가라앉는 느낌(sinking feeling)’이라는 이름의 기사를 통해 한국 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지목했다. 이때도 우리 경제는 큰 탈 없이 지나갔다. 그럼에도 2014년 또다시 경제위기설이 등장했다.
위기설은 그전에도 있었다. 1989년에는 ‘총체적 위기론’이 불거졌고 2000년에도 제2의 IMF 위기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이를 두고 “돌이켜보면 그 당시 위기는 아니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다만 위기설이 현실화된 사례도 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대표적이다. 블룸버그통신 같은 해외 매체의 보도에도 재정경제원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을 검토해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상습화된 위기설의 배후에 단기차익을 노린 세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의 위기설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시작된다는 점이 이유다. 최근에도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은행이 올해만 세 차례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만큼 경기가 안 좋다는 뜻인데 과도한 흔들기라는 얘기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실무를 담당했던 전직 고위관료는 “해외 매체에서 국내 시장을 지적하는 기사가 나온 뒤 증시가 하락하면 약속이라도 한 듯 해외 자금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며 “대부분 단기차익을 노린 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