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의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을 기점으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 부회장 구속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은 특검팀은 수사 개시 후 처음으로 18일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불러 조사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우 전 수석 조사와 동시에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 등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때 코너에 몰렸던 특검이 ‘이재용→최순실→박근혜’로 이어지는 뇌물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를 확보하면서 다시 공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큰 고비를 넘긴 만큼 청와대는 물론 수사 기한 연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함께 옥죄는 ‘압박’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낸다는 것이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직권남용 등 혐의로 우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17일 밝혔다. 우 전 수석이 소환 조사를 받기는 특검 출범 이후 처음이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을 상대로 직권남용 권리행사·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특검은 가족기업 정강을 통한 자금유용과 변호사 시절 수임비리, 탈세 의혹 등도 함께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을 처음 불러 조사하는 등 특검 수사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배경에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수사가 자리하고 있다. 그만큼 특검이 수사에 자신이 생겼다는 의미다. 시간에 쫓기던 특검은 지난 16일 황 대행에게 수사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특검법에서 허락된 수사 기한은 오는 28일까지로 단 열흘가량 남았다. 하지만 황 대행이 수사 기한 연장을 승인하면 30일의 시간을 얻게 돼 지금까지 제대로 손대지 못했던 수사가 가능해진다.
반면 청와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청와대는 뇌물죄 혐의의 한 축인 이 부회장이 구속된데다 특검 수사 기한 연장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 맞물릴 경우 박 대통령 기소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이 양측의 상황을 180도 바꾼 셈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물론 청와대 압수수색까지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시기는 이르면 19일로 예견된다. 특검이 18일 이 부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치고 곧바로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돌입한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보강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조사한 만큼 우 전 수석 소환 조사가 이뤄지는 날에 박 대통령까지 조사대에 앉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압수수색도 이르면 다음주 초에 특검이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주말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에는 이 부회장의 구속이 자리하고 있다”며 “청와대 측이 꾸준히 비공개 원칙을 고수한 만큼 우 전 수석의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같은 날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을 불러 조사하면서 언론 등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이 특검이 청와대 위민관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청와대 측이 요구한 비공개 원칙을 지켜줄 수 있다는 뜻이다. /안현덕·진동영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