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 4차 산업혁명 법제 정비, 알맹이가 빠져 있다

정부가 지난주 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여러 신기술 가운데서도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핀테크 등이 중점지원 분야로 꼽힌다. 우선 연말까지 AI에 의한 사고 발생시 책임범위, 손해배상과 관련한 법제를 정비하기로 했다. 또 VR 체험시설의 높이제한 완화와 핀테크 서비스 도입 촉진을 위한 규제개선책도 제시했다. 이번 방안 발표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상품과 서비스의 태동을 가로막고 있던 인프라 정비에 나섰다는 점에서 일단 의미가 있다.


그러나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4차 산업혁명 대책으로서의 효과를 의심케 한다. 규제 완화만 하더라도 AI의 경우 사고 책임범위 등만 나열했을 뿐 정작 중요한 규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사실 AI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사물인터넷(IoT) 투자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도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아래서는 새로운 지적재산을 만들어내는 재료로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그동안 업계에서는 신기술과 관련해 사전규제를 줄여 사업자의 부담을 줄여주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사후 징벌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관련기사



지원 대상조차 AI와 VR·핀테크에 국한돼 있다. 최근 가장 뜨거운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바이오·의료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모바일 사용환경을 자랑하지만 원격의료는 꿈도 꿀 수 없다. 결국 이번 지원책은 규제 완화라기보다 미비했던 법과 제도의 정비 보완에 머물 뿐이다.

지금 글로벌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에 찔끔찔끔 손을 대서는 신산업을 만들 수 없다. 정부가 정말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뜻이 있다면 네거티브 규제 전환 등 과감한 정책을 통해 신기술이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